서울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언론공개회. (사진=뉴시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의 472년을 방대하게 담은 역사서입니다. 세계기록유산임과 동시에 국보 제151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에 걸쳐 기록됐는데요. 기초자료 작성부터 편술까지 담당했던 사관의 역할이 큽니다. 이들은 독립성과 기술에 대한 비밀성을 보장받았습니다.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은 역사 기술에 있어 진실성과 신빙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또 사관은 실록 편찬에 있어 핵심 자료인 '사초'를 작성했습니다. 사초란 사관이 왕 옆에서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한 겁니다. 사관의 철저한 기록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조선왕조실록을 만들어낸 셈인데요. 이같이 정확하게 기록된 역사서는 세계의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기록의 가치는 현재도 변함없습니다. 얼마 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 다녀왔는데요. 인상 깊은 기사가 있었습니다.
'더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기획·보도를 한 <경향신문>은 교제 폭력에 희생된 여성 피해자들의 사례와 기록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무뎌진 교제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이들의 사례를 잊지않기 위해 기록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일상이 됐다는 경각심에서 시작된 기록이기도 합니다. 일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을 남겨둬야 합니다.
<뉴스토마토>도 외교 미스터리인 미군정 57호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1946년의 일을 80년 가까이 지나 새롭게 작성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 6개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80년 전의 일을 세세히 기록할 수 있는 건, 조선왕조실록 이후의 대한민국도 역사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보와 국회 회의록, 과거 신문들에 남겨진 흔적들이 미군정 57호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꼼꼼한 기록의 결과죠.
기자라는 직업도 사관처럼 기록을 남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소함은 없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기록을 남겨놓으면, 80년이 지나 쓰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