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out art, the crudeness of reality would make the world unbearable"
아일랜드 극작가 겸 소설가로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 쇼가 남긴 말입니다. '예술이 없다면, 세상 사람들은 조악한 현실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일생 동안 정치 운동도 서슴지 않았던 덕분일까요. 그가 남긴 이 명언은 2024년 대한민국 국정감사에 대한 풍자로도 들립니다. 2021년 이후부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국감은 '쇼'에 불과해보입니다.
쇼는 '구경거리'를 말합니다.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볼 만한 것을 보여주며 즐거움을 제공하는 무대예술이죠. 실속은 없고 허울로만 내세우는 '지랄'과 비슷한 비하적 의미로도 쓰입니다. 다들 살면서 한 번씩 '생쑈하고 있네', '쇼하지 마' 등을 입 밖으로 내뱉은 적 있을 것입니다. 영어에서도 'show off'는 '허풍이 떨다'라는 뜻으로, 연예인 쇼를 표현하는 비웃는 말이죠.
산자위 국감이 쇼로 보이는 것은 호통만 오갔을 뿐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자위는 지난 2021년 이후 국감 결과 보고서를 한 번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피감 기관을 대상으로 온갖 지적과 개선 요구만 했을 뿐 정작 '시정 및 처리 요구'가 담긴 결과 보고서 의결은 내팽개쳤습니다. 그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들 중 어느 곳도 국회 지적 사항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공표하지 않습니다.
이는 법을 어긴 것입니다. 그것도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법치국가를 망가뜨리는 행태입니다. 지난해 국회에선 감사 종료 뒤 90일 이내 감사 또는 조사 결과에 대한 처리를 의결하도록 하는 강행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국감이 '요란하기만 한 빈 깡통'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에섭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 제16조에는 해당 내용이 그대로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국감국조법을 어긴다고 처벌받지 않습니다. 90일을 넘겨도 무관합니다. 본인들이 법을 만들 때 페널티를 받지 않는 방어막까지 쳐놓은 것입니다. 올해도 산자위가 국감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다고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제재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다면 처벌 가능한 규정을 다시 넣어 국감국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전까지는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각 의원실에서 따로 챙기며 살펴보는 게 전부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난감합니다. 매년 국감을 앞두고 '국정감사 이슈 분석'이라는 자료집을 통해 국감 시정 및 처리결과에 관한 평가 작업을 진행하는데 결과 보고서 채택이 늦어질수록 물리적 시한이 부족해집니다. 조규범 입법조사처 심의관은 "결과 보고서 채택을 강제하려면 벌칙조항 신설 등 입법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정쟁'때문입니다. 여야 합의가 안 돼 2년 연속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습니다. 한 산자위 의원실 관계자는 "고발권, 감사권 등의 문제가 걸려있어 여야가 국감 결과 보고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며 "더군다나 위원장 등 상임위 간사 임기가 2년으로 제한돼 있어 결과 보고서를 꼭 채택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책임감 역시 떨어진다"고 짚었습니다.
피감 기관이 설립 목적에 맞게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국감 현장이 의원들의 '쇼를 위한 무대'로 전락하는 것을 국민은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정쟁을 일삼고도 정쟁을 핑계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조차 하지 않은 국회. 누굴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국민의 감사 대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11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양당 고성이 오가자 이철규 위원장이 감사 중지를 선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