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임상시험의 첫 번째 단계는 동물 대상으로 독성 여부 시험하는 전임상입니다.
전임상 시험은 신약 품목허가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실험으로 국제적 기준(GLP)을 준수해야 하죠.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종은 개, 쥐, 토끼, 원숭이, 돼지 등 다양합니다.
매해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전임상 시험을 위해 약 5억 마리의 동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즉 신약 개발을 위해 매해 5억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되는 것인데요. 최근에는 임상시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 동물 보호단체와 환경단체,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약물 유해성 확인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대신 실험실에서 배양한 생체 조직이나 유사 미니 장기를 실험에 활용하는 대체 기술 개발이죠.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신약 개발 시 거쳐야 하는 동물실험 규정을 전격 폐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FDA는 동물실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임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없앤 것인데요. 이에 따라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동물실험을 반드시 거치지 않아도 식약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유럽연합(EU)도 의약품 제조를 위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동물실험 폐지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동물실험 대체 방법이 검증되지 않았고, 유의미한 시험 결과를 입증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발전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동물실험 효과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 등이 확인됐다 해도 인간과의 생리적 차이로 인해 실제 임상에서 같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매우 낮은 분야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동물실험의 정확도는 43.5~66.7% 수준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다만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이 동물실험과 비교해 안전성을 담보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 선행된 다음에 동물실험 의무 규정 삭제를 보다 세밀하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