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징글벨 징글벨 징글벨 록 ♬ 징글벨 스윙 앤 징글벨 링♬'
그룹 에스파(aespa)의 부드러운 미성을 타고 흐르는 특유의 가창법. 강렬한 808 베이스 사이로 통통 튀어대는 전자음들로 뒤덮인 캐롤은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1957년 발표된 미국 컨트리 로큰롤 가수 바비 헬름스(1993~1997)의 고전 '징글 벨 록(Jingle Bell Rock)'을 SM 특유의 '핑크블러드'(SM 사운드디자인의 컬러감) K팝으로 재해석한 노래입니다.
그룹 르세라핌은 기발매된 곡 'Perfect Night'를 크리스마스 버전의 'Holiday Remix'로 새롭게 내놨습니다. 올해 뉴진스로 인해 히트가 된 장르 투 스텝 개러지(2-step Garage)에 캐럴(Carol) 느낌을 가미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복장을 한 멤버들 고유의 캐리커처를 앨범 표지에도 넣어 연말 느낌을 물씬 살렸습니다.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캐롤의 기적'은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 중심가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K팝 사운드로 벼려낸 세련되고 힙한 캐롤이 되려 한국에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에스파와 르세라핌이 각각 발표한 겨울 시즌송은 공개 일주일 만에 각각 70만, 40만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굴비엮듯 올라오는 다국어와 이모티콘들로 채팅창은 트리 촛불처럼 번쩍거리고 있습니다.
그룹 에이핑크도 오는 11일 시즌송 'PINK CHRISTMAS'를 냅니다. 크리스마스의 밝고 경쾌하면서도 벅찬 분위기를 에이핑크만의 산뜻한 느낌으로 표현한 곡으로, 멤버 정은지와 김남주가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국내 음원차트에서는 아이유 (IU)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Feat. 천둥)’, 엑소의 ‘첫 눈’, 시아 '스노우맨', 성시경을 비롯한 다수의 가수가 발표한 ‘크리스마스니까’ 등이 인기입니다. 장르 음악 중에서는 GRAY (그레이) 전곡 프로듀싱한 DeVita(드비타)의 캐롤 앨범 'Letters to Santa'도 주목할 만 합니다.
르세라핌 'Perfect Night (Holiday Remix)'. 사진=쏘스뮤직
유독 추위가 일찌감치 찾아온 올해는 캐롤의 역주행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상 12월 초부터 인기지만, 올해는 11월 중순부터 각종 음원차트와 라디오가 '겨울 시즌송'으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스트리밍 차트에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산타 텔 미(Santa Tell Me)’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각각 60위와 74위를 기록했습니다.
겨울 시즌송 제작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이입니다. 지난해 12월 400위권 ‘겨울 시즌송’ 차트를 써클차트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년 전인 2018년 12월에 비해 시즌송이 29곡 증가한 51곡으로 집계됩니다. 최근 10여년간 겨울 시즌송은 크리스마스를 2주 정도 앞둔 12월 9~14일 사이에도 많이 나왔습니다. 올해는 그 출시 속도가 2주 가량 당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눈, 산타, 겨울, 메리와 같은 직관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도 캐롤은 가수들에게 '겨울 연금'으로 통합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는 빌보드 메인싱글차트인 '핫100'에서 이번 주 16계단을 뛰어올라 이번 주 4위까지 치솟았습니다. 바비 헬름스의 '징글 벨 록'(12위),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13위) 등 고전 캐롤들이 최상위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캐롤 부문에선 국내보단 영미권 본토의 팝 음원 강세가 두드러지긴 합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요와 팝 중 가요의 써클지수 비중(써클차트에 오른 비중)은 55%에서 51%로 소폭 줄었습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겨울 시즌송의 발매가 주춤해진 2019년~2020년 사이, 해외시장에서는 꾸준히 신보가 발매됐다"며 "이들 상당수가 차트에 재진입해 100위~400위 내에 포진하면서, 전반적인 겨울 시즌송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린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사진=소니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