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다양한 색감으로 물드는 이 사각 큐브 프레임은 지난 13년 간 한국 대중음악의 명징한 상징이었습니다. 미니멀리즘한 영상 미학이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개성으로 채색되던 라이브의 장(場). 바로 네이버 온스테이지 말입니다.
그간 숨겨진 음악가들을 알리는 '산실' 역할을 하며 한국 대중음악 다양성에 기여해 온 온스테이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온스테이지 퇴장에 부쳐 우리 대중음악계의 현주소를 업계 전문가들(온스테이지 참여위원) 4인과 돌아보고자 합니다.
'온스테이지'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을 전부 모아 그린 일러스트. 사진=네이버문화재단
2010년 11월 출발한 온스테이지는 지난 13년 간 한국 대중음악의 창(窓)으로써 역할을 해왔습니다.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를 내걸고 매주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음악을 완성도 높은 라이브 영상으로 소개해왔습니다.
'온스테이지'의 퇴장이 씁쓸한 건 한국 음악의 다양성 기로와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는 "여전히 한국에선 다양한 음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소개되는 건 극히 일부분"이라며 "이를 알리는 가장 큰 플랫폼 역할을 해온 온스테이지가 사라지는 건 다양성의 측면에서 분명 큰 손실이다. 지금 현실에서 일반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규모와 전통이 있는 플랫폼이 하나 또 사라진 것"이라 지적합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온스테이지의 캐치 프레이즈는 ‘숨은 음악’이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반응이 좋을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고 어떤 음악이 알릴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봤다. 그렇기에 인지도는 낮지만 음악은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출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봅니다.
'온스테이지' 참여했던 아티스트들 명단.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출범하고 약 6년 동안은 야외 촬영이 주를 이루던 시즌1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 사각 큐브 프레임을 테마로 한 실내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했는데, 이 시기부터 이른 바 시즌2, '온스테이지 2.0'라 불렸습니다. 그간 뮤지션 650여 팀을 발굴한 음악 영상 콘텐츠 2700여 편을 제작해왔습니다.
특히 온스테이지 2.0의 기획 프로젝트인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은 그간 수면 아래 잠겨있던 시티팝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레트로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범 내려간다' 이날치와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역시 이 영상을 계기로 음악업계 전반을 비롯 광고 CF까지 종횡무진했습니다. 영국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는 이 영상을 보고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측에 협업 곡 'Higher'를 제안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향후 서비스가 종료되는 '온스테이지' 자료는 아카이빙 형태로 대중음악의 뼈대로만 남아있게 됩니다.
이수정 뮤직&컬처 콘텐츠 에이전시 '알프스' 이사는 "온스테이지는 투명하게 구성된 기획위원의 만장일치 제도로 자본이나 네트워크와는 상관 없이 아티스트를 선정해 왔다. 숨어 있는 음악가를 발굴하고 조명한다는 취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했다"며 "이런 온스테이지의 종료는 많은 음악가들이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 음악 시장의 양극화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봤습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역시 "온스테이지는 비슷한 유의 다른 채널들과 달리 조회수나 화제성보다는 음악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출연 아티스트를 선정해 온 것으로 안다. 숫자의 논리, 자본과 수익의 구조가 제1 법칙인 콘텐츠 시장에서 숨어 있는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채널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온스테이지의 사업 종료는 경쟁 플랫폼 부상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숏폼 등 음악계 미디어 생산·소비의 새로운 플랫폼 등장 속에 포털의 입지가 예전만큼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온스테이지 퇴장의 결정적 이유에 대해 임희윤 평론가는 "한편으론 온스테이지의 바이브를 벤치마킹한, 그러면서도 조회수에 신경을 더 많이 쓴 채널들이 많이 생겼다. 촬영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보편화와 대중화도 한몫했다고 본다"며 "네이버 문화재단의 공익 사업 일환이었지만 결국엔 네이버도 대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아니더라도 티가 나는(화제가 되는) 콘텐츠나 플랫폼이 아닐 경우 그 존폐에 대해 재고해볼 여지가 생겼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이사는 "유튜브 내 유사 공연 영상 채널과 경쟁해야 하는데, 흥행 즉, 조회수가 지표가 되는 채널들과는 달리 공공성에 집중했다. 그 가운데 채널의 가치와 공공성은 유지했지만, 디지털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나타난 음악계의 변화 (아티스트의 창/제작 성향, 향유자들의 소비 셩향)에 맞추어 성장하거나 확장하지 않았다"며 "결국 온스테이지는 지난 10여년 간의 필요성을 반영했던 채널이며 자연스럽게 달라진 환경에서 종료를 택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온스테이지' 참여했던 음악계 전문가들 캐리커처.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온스테이지는 매월 음악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위원의 만장일치로 뮤지션을 선정·소개하는 공정한 프로세스를 취해왔습니다. 전문가 집단의 선정으로 사각 큐브 아래 새롭게 창작된 무대는 홍대의 소규모 라이브 클럽부터 대중음악 페스티벌까지 뻗어가며 한국 대중음악 트렌드를 바꿔놨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하나의 음악 플랫폼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우리의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상실이나 다름 없습니다.
‘제2의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나오기 위해서는 음악계에서 어떤 방향설정과 대책이 필요할까.
이수정 이사: 음악 산업이 콘텐츠 산업의 하위로 편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은 여전히 음원 자체와 공연이다. 음악 청취, 음악 관람이라는 기본적인 활동이 지속되고 발전해야 음악 산업이 커진다.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음악 파이가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음악계 플레이어 모두가 현재 '음악 산업'의 구조와 생태계의 중심에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연예 산업, 미디어 산업, 테크 산업에 의존하지 않는 음악 산업으로 구축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학선 평론가: 공공성의 측면에서 매체는 더 다양한 음악을 전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저 인기 있는 케이팝과 트로트만 반복소개하는 지금 현실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생각하는 큰 시야와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당분간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다양성만이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임희윤 평론가: 어떤 기획자, 어떤 채널이 온스테이지의 초심을 닮아 있으면 됩니다. 평단을 기획위원으로 들이고 음악성 자체에 방점을 둔 아티스트를 뽑아서 조명을 비추도록 하면 됩니다. (팬덤의 열성적 소비 대상일 뿐 아니라 글로벌 수출 역군으로도 자리매김한 케이팝에 온통 조명이 쏟아지는 시대에 문체부나 콘진원에게도 어쩌면 결코 쉬운 얘기는 아니겠지만...)
이대화 평론가: 온스테이지의 포인트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문화재단 주도의 아티스트 지원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 위원단을 꾸려 아티스트 선정을 100% 일임하는 등 대중성과 관계 없이 좋은 음악을 알리는 쇼케이스 역할에 충실했다. 앞으로 제2의 온스테이지가 나오려면 클릭 수를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제작 역량은 갖춘 자본력 있고 문화계 다양성에 관심이 많은 주체가 등장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