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LG그룹의 연말 인사 키워드는 미래 설계 및 신사업 준비에 찍힐 전망입니다. LG는 매년 11월 말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는데요. 이번에는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트로이카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을 모읍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을 교체하며 변화를 꾀한 바 있습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사기조가 신상필벌인 만큼,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하고 부진하면 책임을 묻는 식의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우선 권영수 부회장의 경우 부회장 3인방 가운데 가장 빠르게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요. 권 부회장 취임 후 LG에너지솔루션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43년간 LG에 몸담은 정통 'LG맨'으로, 구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측근 중 한사람입니다. 주요 이력 역시 LG필립스LCD 대표이사,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부회장), ㈜LG 대표이사(COO) 부회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는데요.
지난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맡아 배터리 사업을 이끌다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LG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수장으로 복귀했습니다. 당시 재계에선 권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에 구원투수로 이동시켜 그룹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달렸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일각에서 권 부회장의 '포스코 회장 부임설'이 제기됐으나, 권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거취도 관심을 모으는데요. 신 회장 임기가 2025년 3월인 데다 교체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시황이 침체한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겹쳐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실적 부진의 주원인이 업황 불황에 따른 것이라 구 회장이 단기 결과에 책임을 물어 수장을 교체하진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여기에 신학철 체제 하의 LG화학이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 사업 재편을 꾀하는 상황에서 유임을 통해 힘을 실어주는 방향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큽니다.
권봉석 부회장 역시 구 회장의 '믿을맨'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유임이 유력합니다. 권 부회장은 권영수 부회장과 러닝메이트로 그간 구 회장을 측근 보좌했는데요.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모니터사업부장,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LG 시너지팀장 시절 구 회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습니다.
그룹 내부에서는 권 부회장을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적임자로 꼽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취임 6년 차에 접어든 구 회장이 대부분의 CEO(최고경영자)를 재신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인사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LG전자 조주완 사장은 실적 고공행진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요. 조 사장이 이끄는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도 기업간거래(B2B)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힘입어 3분기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는데요.
구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계열사 전반에서 미래사업으로 육성할만한 분야를 확정한 뒤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실행했단 점에서 조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LG이노텍도 하반기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철동 사장이 차기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은 정 사장이 부임한 2019년 이후 4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 CEO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를 정 사장이 써낼지도 주목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6년차가 된 구 회장이 연륜을 갖춘 부회장들을 유임시켜 안정을 꾀할지,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이라는 인사 키워드를 꺼내들 지가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며 "인사는 발표 전까지 알 수가 없지만 큰 기조는 세대교체, 실용·성과주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