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접어들며 한동안 보험상품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지난해 말 유사암 보장을 두고 절판이 일었던 이후 몇 달간 잠잠하다, 운전자보험을 시작으로 5월부터 바람이 불었죠.
한동안이나마 절판마케팅이 잠잠했었던 건 금융감독원이 절판 이슈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절판마케팅은 '판매 중단'을 앞두고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마케팅 방식인데요. 대부분 절판 이슈는 금융당국이 제공합니다. 과열 경쟁이나 보장 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상품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거나 우회적으로 보험사에 판매 중단을 유도하죠. 금감원은 이러한 조치가 절판마케팅에 이용될 것을 염려해 마케팅 제동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왔습니다.
운전자보험 절판마케팅이 일었을 때 보험업계선 간만의 절판 이슈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사들이 절판 이슈를 만들기 위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단 반응도 있었죠. 절판 이유가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금감원이 사실을 파악했을 땐 자기부담금을 신설한단 보험사가 전혀 없었거든요. 금감원이 끓어오른 운전자보험 마케팅 경쟁에 주의를 줬는데, 이를 일부러 자기부담금 신설 등으로 해석하고, 금감원 핑계를 대며 절판 이슈를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결과는 밝혀졌지면 '범인'(?)은 잡히지 않은 가운데, 단기납 종신보험이 또 절판 이슈를 이어갔죠. 종신보험은 늘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게 해 판매하는 불완전판매가 고질병이었는데요. 종신보험을 많이 팔아야 하는 보험사들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5년이나 7년 등으로 종신보험 치고 매우 짧은 상품에 대해서 유지 보너스를 높여 최종 환급률이 100%를 넘게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저축성처럼 판매했죠. 보험사 재무 상황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한 금감원이 결국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너무나 절판마케팅을 하기 좋은 기회가 마련된거죠.
그런데 이를 두고 절판마케팅이 왜 문제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많은 상품들이 품절 전 떨이 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보험만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뭐냐고요. 운전자보험때와 달리 이번 절판은 사실에 근거한 건데 문제로 봐야 하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왜 문제냐는 질문을 들으며 허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신보험의 문제는 불완전판매라 말했는데요. 절판마케팅은 대표적으로 불완전판매를 불러오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소비자들이 '절판'이라는 데 현혹돼 상품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보험사에게도 절판마케팅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큽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10여년 전 퇴직연금 절판이 지난해 보험사 유동성 위기를 가져왔다고 쓴소리를 한 것은 이같은 이유입니다. 금감원은 애초에 단기납 종신 유지보너스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팔면 팔수록 보험사 재정 상황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단기납 종신 절판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유독 다른 상품과 달리 보험에만 절판마케팅이 문제라고 하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눈에 보이는 재화와 금융상품은 성격이 너무 다르거든요. 가령 노트북을 구입했다고 하면, 제품을 구매한 즉시 가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죠. 그런데 보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형의 상품이고 상품 내용은 아주 복잡한 계약서로 돼 있죠. 실제로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사고가 나거나 만기 환급금을 받을 아주 먼 미래입니다. 살 때 잘 사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보험설계사 입장에서 보면 절판마케팅은 사실 귀한 밥벌이 수단입니다. 금융소비자들의 보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유치가 어려운 것도 너무나 이해됩니다. 절판마케팅을 하는 심정도 이해되지 않고 그들을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을 순 없는 겁니다. 기자는 누구의 편에 치중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편을 들어야 한다면 그 기준은 선량한 소비자입니다. 보험설계사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기록은 기준에 따라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절판마케팅이 왜 문제냐는 질문에 단호한 답변을 남깁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회의공간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올해 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습니다.(사진=보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