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권익도의 밴드유랑)소년에서 어른으로, 엘르가든 '시간의 수평선'
15년 만에 '펜타포트'로 내한…"자신을 지키는 음악할 것"
입력 : 2023-08-14 오후 5:08:3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캡 모자를 쓰고 스파게티 면들을 입으로 우겨넣는 틴에이지 감성.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의 2005년 발표작 'Riot On The Grill'에 걸린 네모 반듯한 앨범 커버는 무슨 의미였을까. 펑크(Punk) 록이란 이렇게나 자유와 낭만, 저항의 정신이라는 것? 또는 그런 상징물? 이 앨범을 여는 첫 곡 'Red Hot' 뮤직비디오 역시 2000년대 초를 수놓은 명작. 바람에 날려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을 비집고 악기를 켜는 네 멈버들의 저항은 오늘날 뉴진스의 '보는 음악'만큼이나 창발성이 뛰어납니다.
 
"사실 그 시기에는 '팝 펑크' 장르가 굉장히 유행했었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실연에 대한 노래를 부르던 청춘 문화요. 그래서 그런 앨범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의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 사진=TSUKASA MIYOSHI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석 차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을 본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전부 검정 옷으로 등장한 멤버들, 호소미 타케시(보컬·기타), 타카하시 히로타카(드럼), 타카다 유이치(베이스), 우부카타 신이치(기타)은 "세계적으로 록 음악 시장의 침체기인 것은 맞지만 우리가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밴드맨'으로 남고 싶다. 한·일 간 좋은 문화 교류가 이어졌으면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의 음악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엘르가든은 2000년대 일본 펑크 록 신의 최전성기를 주도한 팀이고, 완벽한 영어 발음 덕에 일본을 넘어 아시아, 그리고 세계 펑크 록 진출까지 가능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던 팀으로 평가됩니다. 'Make A Wish',  'Marry Me' 같은 대표곡들은 당시 국내의 유명 CF에도 삽입돼 멜로디만 들어도 알아챌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였습니다. 
 
2008년에도 한국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여한 바 있지만 그 해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작년 정규 6집 '디 엔드 오브 예스터데이(The End Of Yesterday)'을 발매하며 '엘르가든 제 2막'을 열어젖혔습니다. 과거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의미일까.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 멤버들. 사진=TSUKASA MIYOSHI
 
"2018년 무렵 다시 뭉쳐 일본 전역을 돌며 5년 간 투어를 꾸준히 돌았었습니다. 저희 음악을 많이 듣던 세대와 그 자녀들이 저희 음악을 많이 찾아주셨어요. 그래서 현재 팬분들 중 가장 많은 나이대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인데, 새로 계속 젊은 팬들이 유입되는 게 저희도 신기합니다. 라이브 현장엔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하게 와 주시고요. 그렇지만 과거 누린 영광만 즐기고 있는 저희 모습을 깨닫게 됐고, '이건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새 앨범을 만들기로 했어요."
 
새 음반 수록곡들은 대체로 리듬과 템포가 빨랐던 과거작들보다 다소 여유있고 무거운 사운드. 소년에서 어른이 된 시간의 수평선을 담은걸까.
 
"음악은 세월과 사회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죠. 저희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만큼의 깊이감이 반영됐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음악이 로우 템포 음악이 된 것은 LA에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10년이란 공백기 동안 함께 활동하던 스탭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고 저희도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만 했어요. 새로운 음악 만들기 위해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의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 사진=TSUKASA MIYOSHI
 
엘르가든의 음악은 그럼에도 푸르른 날의 매미 울음과도 같은 짙녹색입니다. 4일 인천 인천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첫 날 메인스테이지 마지막 무대. 간판출연진(헤드라이너)로 무대 오른 이들이 대표곡 'Make a Wish'의 말미 빠른 속주를 퍼부을 때 그 짙녹색의 생기를 봤습니다.
 
특히 기타리스트 우부카타 신이치가 4, 5, 6번 줄을 돌려가며 텐션 코드와 아르페지오 연주는 엘르가든 음악의 정체성입니다. "저희는 피아노가 없거든요. 피아노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기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치만 프레이즈를 짤 때는 보컬, 베이스, 드럼까지 함께 고려해서 짜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밴드다 보니 사운드를 함께 고려합니다."
 
'Make A Wish',  'Marry Me' 같은 느낌의 곡들을 또 써볼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언제까지나 젊은이인 척 살아갈 수 없고 나이를 먹는대로 자연스럽게 우리가 추구하고픈 '지금의 우리'를 음악에 담아보고 싶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2006년 한국에 처음왔을 때, 우연히 TV 보다가 저희 노래('Make A Wish',  'Marry Me')가 CF송으로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지요. 한국은 일본 만큼 밴드신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뮤지션으로는 서태지를 좋아하고, 쏜애플이라는 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3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다시 한 번 한국 관객들과 만납니다. "정말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는 걸 체감합니다. 그럴수록 자신을 더 지키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인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기보다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려 합니다. 그런 음악이 우리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록 밴드 엘르가든의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 사진=TSUKASA MIYOSHI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