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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김창완 "한국 록 음악 역사 정립할 것"
'펜타포트' 피날레 장식…산울림 정신은 "고분고분하지 않는 태도와 순수성"
입력 : 2023-08-08 오후 4:57:1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마지막 날 메인스테이지 무대. 간판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무대에 오른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김창완이 전자기타를 들고 아리랑을 증폭시키자, 수만 관중들이 삽시간에 유목민들처럼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와, 이거 뭐야?" 군중들이 일사불란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초대형 서클(원형 모양). 이윽고 국립국악단 소속 안은경 명인의 쨍하고 시원한 음빛깔의 태평소 연주가 폭염 무더위를 오려내자, 관중들이 그 원을 향해 하나둘 다이빙을 하며 덩실덩실 북청사자놀음처럼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국경과 세대, 성별를 통합한 이날 이 무대는 분명 훗날 한국 대중음악과 공연 역사에 기념비적인 날로 새겨질 것임이 분명해보였습니다.
 
이날 이 무대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난 김창완은 "펜타포트가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적으로 성과를 인정받는 것 같아서 좋다"며 "K팝 영향으로 한국의 음악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변방의 음악이자, 서자의 음악 같은 한국 록 음악의 역사를 확립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지난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마지막 날 메인스테이지 무대. 간판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무대에 오른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김창완. 사진=PRM
 
"록 페스티벌 대중화가 세대 간 교류를 이끌고, 그러다보면 록의 대중적 저변이 넓혀질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펜타포트 같이 역사적 명맥이 있는 행사를 지속시켜가다보면,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확산도 될 것이고 젊은 이들도 새로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창완(보컬, 기타)이 형제 김창훈(보컬, 베이스), 고 김창익(드럼)과 함께 활동했던 록 밴드 산울림은 한국형 사이키델릭의 원조입니다. 사이키델릭을 비롯해 개러지 록, 하드 록, 팝, 포크와 블루스, 발라드에 이르는 다채로운 장르와 파격의 가사를 두른 음악 세계는 70~80년대 "지구에는 없는 외계에서 떨어진 별똥별"(김경진 대중음악평론가)과 같은 인상을 줬습니다. 2008년 막내 김창익이 캐나다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이름은 전설이 됐습니다. 
 
지난해 데뷔 45주년을 맞아 발매한 산울림 '리마스터링 LP(바이닐)'는 최근 LP 재구매 열기의 중심에 있는 젊은 세대 사이 큰 반향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이날 김창완은 "저희도 잊고 있던 46년 전의 음악을 지금 젊은 이들이, 다시 저에게 알려주는 기분"이라며 "세대를 넘어서 재발견 해준 젊은이들에게 보답해주고 싶어 무대에 오르게 됐다. 산울림의 초기 음악들을 선별했다"고 했습니다.
 
지난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마지막 날 메인스테이지 무대. 간판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무대에 오른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김창완. 사진=PRM
 
실제로 이날 '문 좀 열어줘'로 시작한 무대는 '노래 불러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등의 초기 곡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김창완 밴드'로 무대에 선 이유에 대해서는 "산울림은 이제 없는 밴드기 때문"이라며 "선택이 아닌 그건 운명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록의 원류를 찾아 연어처럼 거슬러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산울림을 계승하며 한국 록을 정립하고 싶었습니다. 자유로움과 부르짖을 수 있는 용기가 젊은이들의 바람과 어울리면 좋겠습니다."
 
산울림의 정신이란 무엇이었는지 묻자 "고분고분하지 않는 태도와 순수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고분고분하지 마라'라는 것은 기성세대나 기성가치 뿐 아니라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순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탁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분노를 가라 앉히고 순수를 지켜야합니다. 산울림은 그랬어요."
 
지난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마지막 날 메인스테이지 무대. 간판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무대에 오른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김창완. 사진=PRM
 
199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SBS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아침창)'을 통해서도 다양한 한국 음악 장르를 알려오고 있습니다. 아이유, 김필, 이디오테잎, 잠비나이 등 후배 음악가들과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해왔습니다. 최근 독일 가수 클라우스 노미의 파격적인 음악을 접하고 하반기 신곡 구상도 준비 중입니다. "스스로 록의 첨병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무너져 내렸어요. 백지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에요. 이제는 폭력적인 메시지보다는 젊은 이들에게 스며들 수 있는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젊은 시절 펜타포트 같은 대형 페스티벌이 없던 환경이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런 세상을 꿈꿀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지난 세월이 아쉽기만 한 게 아니다"며 "당시 부족하고 결핍된 게 있지만, 저는 그걸 다 환경이라 생각했다. 그런 척박한 데서 피어나는 꽃도 꽃이기 마련"이라 했습니다.
 
"자전거 탈 수 있는 한, 계속 (음악) 하지 않을까요. 근데요, 자전거가요. 의외로 신체가 건강해야 탈 수 있는 거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목동까지 라디오 하러 20여km를 아침마다 가는데요. 언제 한번 가다가, 외발이신 분이 뒤에 목발을 싣고 자전거를 타고 가며 수인사를 해주시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지난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마지막 날 메인스테이지 무대. 간판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무대에 오른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김창완. 사진=PRM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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