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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다양한 계층 살던 서촌, 시대성 비추다
책 '오래된 서촌 오래된 서울: 역사 속 공간을 걷다'|미세움 펴냄|김규원 지음
입력 : 2023-07-27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역사는 구체적 공간과 만날 때 생생하게 살아난다. 구체적 공간이 없는 역사는 허공에 떠 있는 연기와 같다. 그것은 그냥 책 속의, 글자 속의 역사일 뿐이지 눈으로, 온몸으로 실감할 수는 없다."
 
책 '오래된 서촌 오래된 서울: 역사 속 공간을 걷다'의 저자 김규원 씨는 "역사의 존재를 절감하려면 구체적 공간과 만나야 한다"며 "서촌에 대한 대목과 옛 서울의 역사가 만들어준 풍부한 이야기들을 우리 시대에 가꿔나가려는 작은 노력의 일환으로 집필했다"고 합니다.
 
책은 서울의 공간을 네 부분으로 나눠 살펴봅니다. 서촌 북쪽, 서촌 남쪽과 창의문 밖, 서울 북쪽, 서울 남쪽과 용산입니다. 조선시대 500년, 일제 35년, 대한민국 70년의 역사가 깊이 새겨진 이 곳들의 역사를 탐방하며, 그 역사적 뿌리가 오늘날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동시대성을 탐미합니다. 왕가와 사대부, 대통령의 공간이던 서촌 북쪽을 지나면 사대부와 중인·평민이 혼재하던 서촌 남쪽, 왕가와 사대부의 투쟁과 협력 공간인 서울 북쪽, 사대부의 비주류 영웅들이 태어난 서울 남쪽과 외세·권력자 공간이던 용산을 보여줍니다.
 
책은 서촌의 전통 지명이 '장동'이었다는 점을 들어 여러 기록들을 살펴갑니다. 장동은 경복궁 서북쪽에 있는 현재 서울의 종로구 효자동, 궁정동 일대를 지칭합니다. 당시 행정구역으로는 한성부 북부 순화방 장동(장의동)이었다고 합니다. 이방원이 자신의 집을 '장의동 본궁'이라 불렀고, 서촌을 대표하는 사대부 집안이 김상헌의 후손인 '장동 김씨'이며, 정선은 서촌 8개의 멋진 풍경을 '장동팔경첩'으로 그렸습니다. 저자는 "조선 500년 동안 줄곧 사용된 장동, 장의동은 1914년 일제 행정구역 개편으로 사라진 역사 또한 있다"며 "이후 인왕산의 옛 이름인 '서산'으로부터 서촌으로 불리게 된 역사적 근거가 강력하다"고 봅니다.
 
김지혜 사진작가가 작업한 서촌 주택 풍경. 사진=뉴시스
 
책에서 절반에 가깝게 다루는 서촌 역사의 매력은 무엇일까. 계층들의 중층적인 혼재가 오늘날 동시대성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통인동은 조선 초기 태종과 세종의 집이 있던 곳이지만, 조선 시대 대부분 기간엔 내시부와 사포서, 내섬시 등 왕실 기관이 있었습니다. 사대부와 중인이 함께 살던 필운대와 평민의 공간으로 바뀐 인경궁, 19세기 후반 조선의 극적인 정치권력 변동을 상징하는 석파정 등이 서촌 내외에 함께 존재합니다. 책은 현재 주택과 통인 시장, 참여연대, 청와대, 경찰경호대 등이 있는 현재의 공간과도 연결 고리를 찾아갑니다.
 
청와대 터와 관련해선 고려 때인 11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 건국과 일제강점기를 지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오늘날 이전에 이르기까지를 주파합니다. 서촌 뒤 인왕산의 유래를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로 설명하면서 관련 논의를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건희 콜렉션'과 연계해서 설명하는 점도 특기할 만 합니다. 1760년 영조의 청계천 준설을 2003~2005년 이명박의 청계천 복원 및 주변 지역 재개발과 연계시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 대통령실과 관련해서는 역사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합니다. 현재 국방부 건물에서 500m 남쪽 일제 총독 관저가 있었고, 300m 동쪽에 조선 주둔군 사령관 관저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새로 밝힌 내용이나 최근 연구 성과 또한 반영했습니다. 준수방 잠저(지금의 서촌이라 불리는 장의동 본궁)에선 태종과 세종이 살았을 뿐 아니라 문종과 세조도 태어났다는 점, 통의동 백송은 추사 김정희의 집이 아니라 영조의 집 안에 있었다는 점 등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서촌과 서울이라는 공간에 쌓인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 있다"며 "역사란 거꾸로 후대의 우리가 뜻을 심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책 '오래된 서촌 오래된 서울: 역사 속 공간을 걷다' 속 등장하는 겸재 정선 '필운대'. 사진=미세움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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