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음으로 치부한 어떤 투쟁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거는 일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닥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암환자의 보험금 투쟁 시위 현장을 찾았습니다. 7월 뙤약볕 아래 시위를 지켜보며 서 있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온 몸에 진땀이 흘렀고, 뜨거운 열기에 손목부터 목 주변이 타들어 따끔거리기까지 했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기자도 이럴진데, 모자 하나로 버티고 선 암환자들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이들이 투쟁에 나선 건 치료를 받고 싶어섭니다. 암환자들은 보험금만 믿고 치료를 합니다. 이들에게 항암치료만큼이나 면역치료도 무척 중요합니다. 항암은 결과적으로 면역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암환자들이 면역력을 높이지 못해 사망에 이르거나, 암이 치유됐다가도 재발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보험사는 이들의 목숨줄을 쥐고 보험금을 흥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참가자 중에는 암환자 딸을 둔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이 참가자는 "병원에서 의사가 말하길, 환자가 너무 어리답니다. '환자가 젊네요'가 아니라 '너무 어리다'고요." 암이라는 큰 병을 상대하기에 너무 어린 딸을 둔 어머니의 절규에 모두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할 정도의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의 외침도 이어졌습니다. 한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자식에게 아픈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사연에는 기어코 참아낸 눈물샘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장루 주머니를 차고 시위에 나선 참가자도 여지 없이 땡볕 아래서 서너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처절한 시위 현장을 가로질러가는 많은 이들이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시위 참가자가 읽어달라는 포스터를 받아 유심히 살펴보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관심한듯 이들을 지나쳐갔습니다.
심지어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시위하듯 귀를 막고 지나가는 이도 있었습니다. 언뜻 보니 그의 목에는 보험사 출입증이 달려 있었습니다. 어떤 행인은 '그러게, 누가 00보험사 가입하래?'라며 시위대를 핀잔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너무 시끄럽다며 시위대를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날 한 암환자는 119 구조대원이 가져온 들것에 실려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어지러움증 정도를 호소하는 듯 하더니, 이내 제대로 자리를 만들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같이 시위를 하던 암환자들이 연신 부채질을 해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의식을 반 쯤 잃고 그대로 실신했습니다. 주변의 부르는 소리도 미처 듣지 못하는 듯한 꽤나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들어주는 이도 없이, 병과 다투면서 보험사와도 다퉈야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였고, 아들딸이었습니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었고, 이들 역시 그 누구나였습니다. 암과 다툴줄도 몰랐고, 암 치료 보험금을 거절당해 치료를 중단할 위기에 처하는 일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날을 보냈던 어느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날 그 땡볕 아래 보험금울 달라며 목놓아 외칠 일이 내게 있으리라고, 시위하던 어느 사람들을 지나치면서도 상상조차 못했겠지요.
시위대를 바라보는 어느 이에겐 참으로 불편한 광경이었을 수 있지요. 이들의 목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할만큼 너무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관심은 그럴 수 있다 치지만, 굳이 이들을 지적하고 힐난해야 할까요?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모두에게 바라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측은지심 정도는 가져볼만하지 않을까요.
7월 한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암환자들이 보험사 앞을 찾아 시위를 벌였습니다. (사진 =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