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적어도 유럽에서는 많이 공부할수록 즐거워지고, 많이 볼수록 더 공부하고 싶어집니다. 역사가 스며든 예술 작품과 건축물과 온갖 문물이 도시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지적 여행의 뿌듯함이 권태로움을 몰아낼지도 모르죠."
신간 '유럽이 건넨 말들'을 펴낸 저자는 유럽에서만큼은 "유럽 대륙으로 떠나 견문을 넓혔던 17세기 젊은이들처럼 '지적 여행'의 즐거움"을 느껴볼 것을 권합니다. 가톨릭 문화권에 통치해온 왕조가 겹치는 유럽 도시의 풍경은 비슷하나, 이를 밀도를 높여 들여다보면 분명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고유의 문화와 언어가 있음에도 종교, 정치, 외교적으로 경계하거나 협력하고 지배하거나 지배당하면서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측면에서 연결시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책은 폴란드-체코-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중동부 유럽 5개국을 다룹니다. 서로 경쟁하며 영광과 몰락을 거듭하고 경계하며 상처와 흔적을 남긴 각국의 주요 도시에 얽힌 역사와 시사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정각이 되면 종교적, 민족적 상징을 담은 모형들이 튀어나와 퍼포먼스를 펼치는 프라하 천문 시계(1410년 설치)를 코페르니쿠스 태양중심설(지동설, ‘땅-지구가 돈다는 설’)과 연결시켜 설명해줍니다. 인네레슈타트의 밤길을 걸으며 '비포 선라이즈' 두 주인공의 낭만에 대해서도 들여다봅니다.
폴란드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선 ‘악의 평범성’을,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선 민주주의에서 광장의 역할을 살핍니다.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선 자유를 향한 몸짓을, 뮌헨에선 반성으로 꽃피운 민주주의를, 부다페스트에서는 유럽의 미래를 떠올립니다.
1부, 2부, 5부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굴곡진 역사를 가슴에 묻은 다시 일어서려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3부에서는 눈부신 발전에도 죄악과 죄의식, 파괴와 폐허를 함께 안고 있는 독일이 공존을 향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4부에서는 도시 전체에서 묻어난 옛 제국의 영광과 상처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오스트리아를 이야기합니다.
저자 권용진은 홈볼트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베를린에 머물면서 서로 국경을 접하는 중동부 유럽 5개국의 역사와 시사 지식에 자신의 관심사인 정치, 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까지 더해 이 책을 썼습니다. 저자는 미디어토마토에서 운영하는 '뉴스북'을 통해 책 내용을 소개하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습니다.
'유럽이 건넨 말들'. 사진=초록비책공방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