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한 일일브리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간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에 참여하는 전문가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돌아온 이후에도 한 차례 브리핑을 연 뒤 별다른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 사이,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져 갔습니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를 거치고 바닷물과 희석해 방류한다며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강조하지만, 선뜻 믿지 못하겠습니다. 사람 하는 일에 구멍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기계가 하는 일에도 오차나 고장은 있으니까요. 만약에 기계의 오차 혹은 고장, 사람의 실수로 바닷물에 위험수준의 방사능이 풀린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감도 잘 오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보관하고 있는 탱크에 어떤 방사능 물질이 있는지 제대로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한 전문가는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인체에 들어가게 되면 DNA를 끊어놓으면서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이 작은 정보만으로도 공포스러울 따름입니다.
소금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고 품귀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지거나 정체 국면을 이어갔고,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견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자,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던 정부도 지나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브리핑을 통해 매일, 매일 정부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괴담을 묵과하지 않겠다면서요.
이틀째 이어진 일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준 인상은 일본을 대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균영 기술검토위원장의 발언입니다. 허 위원장은 일일 브리핑을 처음 시작한 지난 15일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전체 알프스를 포함해서 방류시설에 문제가 되는 경우에라도 ‘저희’가 시의적절하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돼 있다”며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시운전까지 상황을 잘 저희가 분석을 하고 한다면 충분히 시설의 안전성은 말씀드릴 수 있겠다”라고 했습니다. 알프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일본입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마치 ‘일본=한국’인 것처럼 ‘저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겁니다. 논란이 되자, 허 위원장은 다음날인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표현에 주의하겠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허 위원장의 단순한 표현 실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단언컨대 우리 수산물 천일염은 안전하다”고 확언했습니다. 소금 사재기 현상에 대해서는 생산·유통업체들이 소금 사재기에 뛰어들지 않고 개인 구매만 늘었기 때문에 소금 시장에서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일본 정부가 내놓을 법한 해명입니다.
요즘 들어,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 불안을 괴담이라고 하면서 입을 틀어막으려 합니다. 이 불안을 대변해 싸워줄 건 한국 정부인데, 그 정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라를 뺏긴 것도 아닌데 두 개의 일본 정부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정말 어디로 간 걸까요. 매일 열리는 브리핑에서, 매일 외로워질 것 같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