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한 친여 성향의 매체가 지난 2011년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됐습니다. 언론이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아부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저의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람이 풍기는 기운이나 아우라가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 저는 세 명의 대통령에게 투표했습니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를 첫 투표로 기억합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청년 표심 공략을 위해 대학 순회 일정을 다수 잡았습니다. 그때 박 후보와 문 후보를 직접 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박 후보를 봤을 때, 압도당하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당시 문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박 후보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저만 느낀 줄 알았더니, 친구들도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 후보가 당선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문 후보를 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어딘가 퀭하고 힘이 없어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함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대선 후보인데 기운이라고 느껴지는 게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당선되고 문 후보가 떨어졌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대 대통령선거 때는 정치부 기자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를 마크했습니다. 이 후보의 기운은 특이했습니다. 뭐랄까요.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한성격 한다는 기자들도 이 후보 앞에서 흠칫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입니다. 무서움, 간담이 서늘함 이런 기운을 늘 풍기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이 후보가 일할 때는 특히 더욱 칼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데, 살얼음판을 걷게 만드는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대통령과는 좀 거리가 먼 카리스마였습니다.
물론 이 후보가 서늘한 기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고령의 할머니만 만나면 이 후보는 울었습니다. 이것조차 기운이라기보다는 아주 가끔 등장하는 인간미였던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 후반으로 가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마크하는 기자들과 이 후보의 기운에 대한 잡담도 많아졌습니다. 당시 이 후보를 마크했던 기자들은 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얼굴이 우중충한 게 딱 봐도 질 기운이라는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윤 후보를 마크하는 기자들은 표현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윤 후보의 얼굴이 환해 보이는 것을 봐서는 이길 것 같다고 하는 이야기가 계속 들렸습니다. 이 후보 마크하는 기자들이 보기에도 윤 후보 얼굴이 참 환해 보였습니다. 결국 윤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오늘도 출근하면서 저의 얼굴빛을 살펴봤습니다. 우중충하고 퀭한 기운입니다. 선거 나갔으면 저는 패배했을 겁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기운의 원동력이 무엇에서 기인하는지를요. 상황이 내 기운을 만드는지, 내가 나의 기운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마음이 기운으로 나타나는 것 같으니, 마음부터 리프레쉬해야겠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