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반도체 불황 장기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반등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중 갈등 속 중국 제재에 동참할 경우 하반기 반등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대내외적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데다, 투자 역시 부진해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문제의 저변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주력인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생태계를 확대하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반도체칩(사진=연합뉴스)
"비메모리 분야, 보강돼야…체질개선 필요"
구용서 단국대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지금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 교수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와 네트워킹 문제, 고객사 확보 등이 모두 안 되고 있기에 대만의 TSMC를 추격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올해 반도체 업황의 반등 역시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 쪽이 보강돼야 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그런 노력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구 교수는 "감산에 따른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유의미한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턴어라운드(실적반등)는 3분기 지나서 4분기 정도는 돼서 그때 지켜봐야 될 것 같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결정했지만 2분기 실적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에 좋아진다고 했지만 조금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감산을 결정을 한 만큼 재고를 빨리 줄여야 하는데, 2분기 실적은 거의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D램 업황은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 소진 전까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내 큰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재고는 2분기까지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 지속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출하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2분기 실적은 출하 증가 폭 대비 가격 하락 폭이 크기 때문에 전 분기 대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메모리에 집중된 구조가 한계…챗GPT열풍으로 비메모리 분야 호황 예고
특히 메모리반도체에 절대적으로 집중돼 있는 구조라는 점이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가 제품의 90%를 차지해 충격파가 더 컸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액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는 잠정 실적을 이날 발표했는데요. 이는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경기를 잘 타는 편인데, 우리 산업 구조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해 있다가 호황기가 끝나니 이렇게 휘청대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비메모리(시스템) 영역으로 다분화해야 하는 체질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파운드리, 팹리스 등 비메모리 분야는 챗GPT 열풍으로 인한 AI (인공지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 실적 호조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수익성 강화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나옵니다. 여기에 전체 반도체 시장 중 메모리 반도체 비율이 30% 수준에 불과한 만큼, 전체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성장성이 큰 차량용이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