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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 다시 정주행한 이유
갑작스러운 엄마의 병환…드라마 <도깨비> 속 망자들이 준 위로
입력 : 2023-04-20 오후 1:59:02
배우 육성재(왼쪽부터), 이동욱, 유인나, 김고은, 공유가 지난 2016년 11월 22일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tvN 드라마 '도깨비'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를 담은 드라마로, 오는 12월 2일 첫 방송된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나이 들었음을 새삼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든든하게 받쳐주던 부모님이 아플 때입니다.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난 엄마에게서 급히 연락이 온 적이 있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 온 엄마는 이틀째 물만 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계속해서 피 섞인 변이 나오고 배 통증도 극심하다고 했습니다. 먹으면 먹는 대로 토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또래끼리 즐겁게 떠난 여행인 터라, 엄마는 친구들에게 아픈 내색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잠시 “나 아프다”고 말하고 싶어서 전화해 봤다고 했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엄마의 증상을 일일이 인터넷에 검색해 봤습니다. 대장암 가능성을 언급한 글도 있었습니다. 눈앞이 더 아득해졌습니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는 건 아닐지,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이 무렵이었습니다. 2016년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찌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병환 앞에 전전긍긍했던 마음이 드라마 <도깨비>를 다시 찾도록 한 듯합니다. <도깨비>에는 저승사자인 이동욱이 망자를 저승세계로 올려보내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를 보살피느라, 정작 자신을 살피지 못해 과로사한 의사, 시각장애인이었던 주인이 걱정돼 저승세계 문 앞까지 마중 나온 반려견 등 삶과 죽음 경계에 놓인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엄마와 비슷한 삶이다 싶어, 눈물이 흘렀고 어떤 장면에서는 그럼에도 위안이 됐습니다. 과로사한 의사는 엄마의 삶과 참 닮았습니다. 어려웠던 젊은 시절, 엄마는 자식들 먹이고 공부시키려 음식점 알바, 급식 일 등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습니다. 격한 노동을 마치고 와서는 인형 눈알 붙이기, 피자 상자 접기 등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쓰러져 잠시 잠들고 다시 일하기 바빴던 엄마의 젊은 날은 ‘과로’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도 엄마가 이러다 큰일 날까 두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이 키웠던 강아지 쫑이가 저승세계로 들어가는 가족을 위해 마중 나오지 않을까 하는 위로도 받았습니다. 
 
귀국한 엄마는 몇 주간 대학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았습니다. 다행히 심한 염증으로 퉁퉁 부은 대장에서 피가 나온 것 같다며, 암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전에 발견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엄마는 꾸준한 약물 치료로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위로가 된 <도깨비>를 알게 돼 참 고마웠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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