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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입었다고 성희롱당하는 극한 직업
입력 : 2023-03-09 오후 6:05:53
검찰이 이른바 '백현동 의혹' 사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해 민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지난해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취재하던 여성 기자가 유튜버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에게 민감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기자는 지난 5일 이 대표의 인천 동구 현장 일정에서 이 대표에게 "대표님 만류에도 당원들 내부 공격이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대표님 사퇴 청원도 올라왔다. 어떻게 보시나"라고 질문했습니다. 한 유튜버는 "여기자가 반바지 야한 옷을 입고 오더니 하루 종일 이 대표를 쫓아 다니다가 마지막에 체포동의안을 물어보면서 개소리를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오늘 같은 날 쓸데없이 반바지, 무슨 쥴리하고 상관있는진 몰라도, 쓸데없이 체포동의안 질문을 하는 정신 빠진 기자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 여기자 사진을 찍어뒀다"는 협박성 발언도 나왔습니다.
 
황당합니다. 합리적인 문제제기도 아닐뿐더러 '야한 옷', '쥴리' 등 여성 비하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기자의 사진을 찍어뒀다'는 발언에선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야한 기자'로 인터넷에 사진이 떠도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제 사진도 인터넷을 떠돌았습니다. 아니 떠돌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성범죄 비호 행태를 지적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제 사진은 기사 페이지에 걸려있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포토샵으로 보정한 사진을 걸어둘 걸 그랬습니다. 생생한 현실 얼굴에 당혹스러움과 함께, 취재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알아볼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인터넷 악플 따위!란 결의를 다지다가도 불안감은 일상적으로 찾아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7일 관련 성명서에서 "기자는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도 국민을 대신해 질문할 권리가 있으며 질문을 받은 정치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불편한 질문이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역시 "기자에 대한 이 같은 폭력 행위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특히 여성 기자에 대한 성희롱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차별,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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