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후보(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의 설전을 보고 있자면, 참 답답합니다. ‘정체성’이란 말로 순화된 사상검증이 난무하며 퇴행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김기현 후보였습니다. 김 후보는 이달 초 안철수 후보에게 “지금도 간첩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어 “신영복이 존경받는 지식인인가”, “햇볕정책 계승 아직도 소신인가”라며 “국민의힘 정체성에 맞는 후보인지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발언을 문제 삼은 대통령실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색깔론에 편승한 발언입니다. 안 후보의 최약점인 보수 정통성을 가장 극단적인 색깔론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안 후보는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한 번도 이분을 종북이라고 공격할 생각은 안 했다”며 “안철수 종북몰이가 선거판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후보는 본선 합동연설과 방송토론회에서도 안 후보를 향한 사상검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 후보의 대응도 황당합니다. 안 후보는 지난 15일 첫 번째 방송토론에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를 존경한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 “사람이 죽었는데 ‘너 잘 죽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망자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책임당원 100% 투표로 이뤄지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80만 당원 시대에 보수 정체성이 여전히 반공이라고 생각하는 당원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차기 당대표는 내년 총선을 이끌 지도부입니다. 경쟁 후보에게 ‘북한이 좋냐, 남한이 좋냐’ 류의 질문을 하는 후보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답하는 후보나 구태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천하람 후보가 정치 선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강력합니다. 천 후보는 지난 23일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두려워하는 정당인가.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면 종북인가.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고 말한 안철수 후보는 종북좌파인가”라며 “우리가 날마다 종북몰이한다고 대한민국에 평화가 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분법적 사고는 결국 한반도 평화를 흔들고, 그 피해는 남북 주민들이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도 후보들에게 이분법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과거입니까, 미래입니까.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