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수상한 쌍방울 자금흐름…서울중앙·수원 ‘두 갈래’ 수사
쌍방울-KH그룹 CB 거래 공조 정황, 검찰 예의 주시
입력 : 2022-12-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검찰이 쌍방울그룹과 연결된 KH그룹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며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정치권 로비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KH그룹의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내 조폭 난동 사건과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사건을, 수원지검 통합수사팀(팀장 김영일 2차장 직무대리, 형사6부·공공수사부)은 쌍방울 배임·횡령 의혹 관련 KH그룹 계열사 간의 전환사채(CB) 거래를 추적 중이다.
 
다만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최근 쌍방울그룹 전·현직 재무담당 임직원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쌍방울 한모 전 부회장과 심모 재무담당 부장이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2018년 11월과 2019년 10월 각 100억원씩 발행한 CB 거래에 대해 허위 공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KH필룩스가 발행한 25억원 규모 CB를 쌍방울에서 인수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쌍방울은 2018년 11월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이를 전량 매입한 곳은 착한이인베스트다. 2019년 10월에는 1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해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라는 투자회사에서 이를 각각 50억원씩 사들였다. 두 곳 모두 김 전 회장의 친인척, 측근 소유의 투자회사다.
 
쌍방울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착한이인베스트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곳으로, 이 회사 최대주주는 김 전 회장이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18년 11월 인수한 쌍방울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1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2019년 1월에는 쌍방울 계열사 광림이 착한이인베스트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이후 그해 9월 말 광림은 CB 발행규모를 200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줄이며 발행 대상자를 착한이인베스트에서 드림투자1호조합으로 변경했다. 드림투자1호조합은 KH 계열사 장원테크에서 출자한 곳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에는 KH필룩스가 발행한 25억원 규모 CB를 쌍방울에서 인수했다.
 
2019년 9월 쌍방울 계열사 광림이 CB 발행규모를 200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줄이며 발행 대상자를 착한이인베스트에서 드림투자1호조합으로 변경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처럼 양사는 필요할 때마다 상대 측이 발행한 CB를 인수해주고, 돈을 대주거나 자금 조달하는 방식으로 공조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 자금 흐름 가운데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도 등장한다. 검찰이 김씨를 추가 기소했을 당시 공소장에는 김씨가 2019년 화천대유 주식을 담보로 천화동인 1호에서 빼돌린 자금 중 109억원을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모씨에게 송금하고, 109억원 중 100억원은 토목업자 나모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온다.
 
당시 KH그룹은 에프앤디조합이라는 투자조합을 만들어 대양금속 인수를 추진했다. 그런데 돌연 그해 말 KH E&T가 에프앤디조합에 약 20억원을 넣었다가 이를 다시 회수했고, 나씨가 조합 지분을 매입해 대양금속을 인수했다.
 
검찰은 나씨가 대양금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천화동인1호 자금을 유용했다고 보고 있다. 나씨에게 자금을 건넨 이씨는 ‘KH E&T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2020년 10월 말에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내 조폭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배상윤 회장이 60억원을 떼먹었다”며 호텔 로비에서 난동을 부렸다.
 
검찰은 이 사건 자체 보다는 그 배경에 수사의 초점을 두고 있다. KH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수노아파 조직원 중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춘천지검으로부터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사건을 넘겨받았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와 강원개발공사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8년 완공한 곳이다.
 
강원도 등은 2020년 이후 이곳을 매각하려 네 차례 공개 입찰을 했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 6월 공개 입찰을 통해 KH그룹에 알펜시아 리조트를 7115억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기업 2곳이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드러나며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KH그룹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우선 쌍방울과의 자금 조달 공조 의혹에 대해 "KH그룹 계열사의 전환사채 발행은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발행결정에 관한 사항 및 변동사항에 관한 내용은 빠짐없이 공시하고 있으며, 공시된 내용은 모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대양금속 인수 추진과 관련해서는 "KH E&T는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에프앤디조합을 설립했으나 실사 등을 거쳐 인수를 중단하기로 판단하고 2019년 10월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각 이후 나씨가 대주주로 대양금속을 인수했다고는 하나 당사와 관련이 없으며 일면식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대양금속은 상장사이기에 인수과정이 투명하게 공시되었을 것"이라면서 "당사와는 어떠한 거래(임원등재, 투자 등)도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나씨의 대양금속 인수가 2019년 12월이고 당사의 착한이인베스트 금전대여는 2019년 4월이기 때문에 대장동 관련 자금과는 시기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자를 받으며 대여하거나 투자한 후 정상적으로 회수한 자금이 이후에 일어난 불법거래에서 사용된 것처럼 연관 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사실 또한 아니다"라고 했다. KH E&T에 ‘이씨’가 임직원으로 등재된 바가 없고 이씨가 사용했다는 KH E&T 회장 명함을 회사에서 제공한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수노아파 조직원들 주장과 관련해서도 " ‘KH자금’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또 "호텔 인수 시 어느 누구의 개인투자를 받은 적도 없으며 60억 채무관련해서 그룹 관계자 어느 누구와도 거래가 없다"고 했다.
 
KH 측은 "이번 수노아파 조직원의 기소 또한 KH그룹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조직폭력배 10여 명이 특급호텔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2~3일간 난동을 부렸다면 관련자가 구속 또는 처벌을 받았을 것이고, 60억 원의 투자금을 못 받았으면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거나 호텔이 아닌 본사로 찾아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과 관련해서는 "대형 로펌의 법률자문을 받으며 관련법과 절차에 따라 온비드시스템을 통해 적법하게 알펜시아리조트 입찰에 응찰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으며 특혜를 받은 일 또한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참고인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명 수배됐다. 김 전 회장은 해외로 도주했다. 이런 가운데 쌍방울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검찰의 이 대표 정치자금 의혹 실체 규명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사진=KH그룹 홈페이지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