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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순익 은행들, 고작 수천억 은행채 발행 재개 왜?
순이익, 배당·투자에만 사용…대출자금으로 쓸 수 없어
입력 : 2022-12-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 주문에 은행권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이 은행간 은행채 거래를 허용했지만,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실정이다. 금리 인상에 힘 입어 조 단위의 역대급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대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자금조달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예금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만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회계처리 규정상 순이익은 이익으로, 대출은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의 순이익과 잉여금이 늘었다고 해서 대출에 쓸 자금이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 은행의 순이익은 배당이나 투자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역대급 순이익에도 최근 은행채 발행 축소, 수신금리 인상 제한 등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돼 은행들의 유동성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 자금경색 우려로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이 재개됐지만 정작 은행권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사모 은행채가 유동성에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일 KB국민은행은 사모 방식으로 은행채 발행을 할 수 있도록 내규를 개정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에서는 처음으로 사모 방식으로 은행채를 발행해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타 은행과 거래하는 조건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KB국민은행 측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은행 간 거래를 목적으로 은행채를 발행한다고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즉 이번에 내규를 개정한 것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금융당국의 요청대로 은행 간 거래를 염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이 사모 은행채 발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사모 방식으로 은행채를 발행해 은행 간 거래하는 것이 유동성에 얼마나 효과 있는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 은행채의 경우 한국은행의 적격담보대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유동성 확보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적격담보증권에 사모 은행채도 포함되면 은행들은 보유한 사모 은행채를 새롭게 담보로 맡기고, 고유동성 자산인 국공채를 받아 안정적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사모 은행채를 포함시킬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사모 발행 은행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하기 전에 적격담보대출 대상 포함 등 유동성 확보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 사전 작업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시중은행들은 은행채 매입과 타행을 상대로 은행채를 발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비교적 가장 최근 은행채를 발행한 하나금융은 지난달 25일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을 위해 2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채 발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은행 간 은행채 거래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사모 은행채 발행에 선뜻 나서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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