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전 고점 대비 30~40%를 밑돌고 있지만, 증시 유동성은 말라붙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리 상승에 투자자예탁금은 50조원이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빠져나갔으며, 기관과 외국인 역시 구원투수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반면 '빚투(빚낸 투자)' 잔고는 여전히 16조원대에 있어, 약세장 속 수급 악화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 밀리며 또 다시 연저점(651.59pt)을 경신했다. 전 고점인 1062.03pt 대비 약 39% 하회하는 수준이다. 코스피 역시 2162.87까지 밀리며 전 고점(3316.08pt) 대비 34.8% 밀렸다. 코로나19 폭락 당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년 전 고점 대비 45%, 55%까지 하락했다.
이미 낮아진 주가 지수 레벨에도 불구하고 증시에 투입될 자금은 말라붙은 상황이다.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빨라지면서다. 주식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50조원대까지 줄어들어 소위 '총알'이 부족해졌다. 작년 고점인 75조1675억원과 비교하면 약 25조원이 빠졌다. 코로나 이전 국내 기준금리는 1.2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그 두배인 2.50%다. 최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까지 치솟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 유인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한달 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 2조3000여억원을 팔고 나가 3개월 만에 매도 전환했다. 달러강세·원화약세는 국내 주식 가치를 떨어뜨려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기관투자자 등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주식이 빠질 때 오히려 비중을 늘리던 과거와 비교해 최근 기관들은 주식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한 운용사 주식펀드매니저는 "과거엔 주가가 고점 대비 30%까지 떨어지는 수준이면 주식을 더 담고 비중을 늘리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관들이 주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며 "아직은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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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 쪽에서 이익이 났기 때문에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는 리밸런싱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채권에서도 이익이 나지 않아 주식을 추가 매수할 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시에 공급될 유동성은 말라붙은 반면 '뇌관' 빚투 잔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조6306억원으로 집계됐다. 빚투가 기승을 부렸던 작년·제작년과 비교하면 고점 대비 약 9조원 가량 낮아진 수준이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해 여전히 6조원 이상 웃도는 규모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월 말 잔고는 10조원대로,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40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5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증시가 추가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 매물로 수급이 악화되고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산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증권사에서 강제로 낮은 가격에 처분하게 된다. 약세장에서의 반대매매는 주가를 더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곤 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가 적은 종목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신용융자 상위 종목들은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