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정부가 기존 원유가격연동제를 폐기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못박은 가운데 유업계는 환영한 반면 낙농가는 거세게 반발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 낙농가는 납유거부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우유 수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유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원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방식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10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낙농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한국낙농육우협회의 지역별 집회 등 제도개편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등 낙농제도 개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음용유의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치즈 등을 만드는 가공유 가격을 낮춰 유가공업체의 부담을 덜겠다는 게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취지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낙농제도 개편 작업에 나서면서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기존 원유값 결정 방식인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 그 해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 올해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유 생산비는 리터당 843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4%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올해도 원유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시장에서 우유 소비가 줄어도 원유 가격은 오르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다. 반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6.3㎏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9년(24.6㎏)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유가공협회는 낙농제도 개편 일환으로 원유가격연동제 폐지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제안한 것들과 안(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대해 찬성한다”면서 “출산율 저하, FTA로 인한 한국의 유가공품 시장 개방 시장(변화)에 맞춰서 낙농 제도도 개편이 돼야한다고 계속 요청했다. 낙농제도 개편이 마무리가 되고 그다음에 원유 기본 가격 협상을 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충남도지회가 11일 오전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유업체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한국낙농육우협회)
반면 낙농가는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시사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음용유를 현재쿼터의 85.5% 수준인 190만톤으로 제시해놓고 쿼터삭감이 아니라고 하고 생산비 이하 수준인 800원짜리 가공용을 더 생산해서 소득을 유지하라는 논리는 현장을 모르는 관료들의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낙농육우협회 충남도지회는 이날 오전 충남도청 앞에서 정부·유업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원유가격연동제 근간을 유지하면서 낙농가 의견과 실상이 반영된 새로운 낙농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낙농가는 납유거부 투쟁도 시사했다.
충남 낙농가들은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유업체에 쿼터삭감 면죄부를 부여하고 수입산 사용을 장려하는 원유감산정책”이라며 “정부가 낙농가의 요구사항을 묵살하면서 기존안을 고수하고 유업체의 원유가격 협상거부가 지속된다면 전국 낙농동지들과 연대를 통해 납유거부를 불사한 극렬한 생존권투쟁에 임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2011년 원유가격 협상을 두고 낙농가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우유 공급을 하루 중단한 바 있는 만큼 유업계와 낙농가, 정부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경우 우유 수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