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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우크라이나서 귀국…"정진석, 사실관계 맞지 않는 언사"
이준석-정진석 내홍 격화 전망
입력 : 2022-06-09 오후 6:19:28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우크라이나 의원친선협회 오찬에서 우크라이나 의원들로부터 답례품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당내 소속 최고위원 당대표를 저격해가면서 자기 입지를 세우려고 하는 사람이 당을 대표할 수 있는 어른일 수 있겠냐"며 재차 정진석 의원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6일부터 이어져온 정 의원과 이 대표의 설전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했다. 그는 지난 3일 한국 국회 대표단을 꾸려 우크라이나로 출국해 4박5일 간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부차와 이르핀 지역 등을 살피고, 우크라이나 국회와 어린이병원 등을 방문한 데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 대표는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연일 이어지고 있는 정 의원과의 설전에 대해 "설전이라 표현하기 보다는 하필이면 제가 외부 일정으로 외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상당히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공격적인 언사로 당대표에 대해서 공격을 시도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잘 알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애초에 정진석 부의장이 적시하신 내용은 그 자체가 허위"라며 "정부 측이나 대통령실과 상의 없이 갈 수 없는 일정인데도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할 법한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국회 부의장이 말씀하셨다는 것은 첫째 악의가 있거나, 둘째 굉장히 정보에 어두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정 의원을 비판했다. 앞서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행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직격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정 의원이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판한데 대해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신 모든 분은 알겠지만 선거 끝나기 2주 전부터 연찬회를 통해서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당이 결속을 다져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심지어 혁신위를 의결하는 날에도 연찬회 개최 일정을 잡자고 주장했고 권성동 원내대표께서 이 부분은 원내지도부가 맡아서 할테니 일임해달라고 하셔서 일임하고 간 것"이라며 "당내 어른이라고 한다면 그런 전후 관계라는 걸 파악할 수 있는 것인데 이건 어떻게든 분란을 일으키자는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보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귀국길에 오르기 전 페이스북을 통해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라며 설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어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그러고.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총질이고"라며 최근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흔들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 2021년 6월11일선출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진석 의원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대표와 당 중진 정진석 의원의 갈등은 지난 6일 정 의원이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국정안정 뒷받침 고민이 최우선 과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자기 정치"로 규정하고 이 대표의 행보를 꼬집었다.
 
이에 이 대표는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며 응수했고 두 사람은 원색적인 비난은 연일 이어지며 언쟁은 6·1 지방선거 공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게 공천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고, 정 의원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나"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의원님들이 우리 방문단의 선물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시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걸 주셨다"며 철퇴 사진을 올렸다. 육모방망이는 포도청 포졸들이 도둑 등을 잡는 데 쓰던 방망이로 정 의원이 2017년 대선 패배 후 "보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뽀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지난 8일 이 대표는 YTN '뉴스Q'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육모방망이가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며 "나이가 어떻고 선배가 어떻고 이런 얘기할 거면 앞으로 나이순으로 뽑죠, 당 대표도 그렇고"라며 맹공을 이어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정 의원의 설전을 두고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를 맞아 잠시 휴전했던 이 대표와 '윤핵관'과의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잠행하면서까지 견제했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와 정 의원의 대립에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혁신을 둘러싼 활발한 논의는 필요하고 혁신을 둘러싼 당내 구성원의 의견제시는 저는 뭐 언제든지 있을 수 있고 환영하는 바"라며 "그런데 그런 논의 자체가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해서 당을 위해서, 의견을 받들어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 의견"이라며 "양측 다 자제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전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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