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간 망이용대가 법정공방이 2차전에 돌입했다. 1년이 넘는 재판 끝에 1심 법원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고,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차 맞서게 됐다. 다만 최근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콘텐츠공급자(CP)의 망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번 재판에서도 넷플릭스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1차 변론이 열린다.
앞서 지난 1심에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전송 의무는 통신사업자에게 있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인터넷 사용은 무료'라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패소했다. 때문에 이날 1차 변론기일에서 자체 네트워크 기술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통한 트래픽 절감 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1조원 규모를 투자해 네트워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인프라를 무상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빌 앤 킵(Bill and Keep·상호무정산) 전략으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절감해주는 트래픽 가치와 망이용대가가 유사하므로 상호무정산을 하자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체험존 모습. (사진=뉴시스)
SK브로드밴드는 빌 앤 킵은 대등한 규모의 통신사(ISP)와 통신사간 이뤄지는 정산 방식일 뿐 ISP와 CP 간에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국내 구간에서 망을 유지·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공간사용료 등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올 수 있다. 아울러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넷플릭스의 트래픽 증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늘어 이를 양측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 발생 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을 이용하기 시작한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300Gbps 수준으로 약 26배 폭증했다. 이후에도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흥행으로 몇 차례 추가 증설을 진행했다. 결국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트래픽 용량 증설에 투자하는 비용만큼 손실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1심 결과가 1년 넘게 걸린 만큼 2심도 종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황은 SK브로드밴드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가 국내외 CP 간 망 이용대가 차별 적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글로벌 CP가 우월적 지위로 '제 값'을 내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 또 글로벌 이통사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CP의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흐름도 SK브로드밴드에 유리한 요소다. 지난달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 유럽 대형 통신사들은 유럽연합(EU) 의원들에게 '빅테크 그룹에 인터넷 인프라 확장 비용을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촉구하라'며 공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CP가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함으로써 ISP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결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