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저희 장사 지금 안합니다. 일단은 이웃이 먼저라서요."
전례없는 대형 산불이 일어난 울진군, 213시간 9일만에 겨우 불길이 잡혔지만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겪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자신의 생업은 잠시 멈추고 화재현장을 찾아 나선 자영업자가 있다. 바로 읍내 한켠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민연(40)씨다.
화마가 경북 울진군을 덮친 지난 10일. 장민연씨와 월변청년회원들이 덕구온천 벽산콘도 뒤 응봉산으로 번진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장민연씨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가게를 접고, 일단 화재현장으로 나아갔다는 장씨는 자신이 속해있는 월변청년회와 함께 무작정 산불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화마가 무섭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웃을 돕는 것은 자신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산불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가게 오는 이웃들, 친지들이 생각났다"며 "월변회 회원들과 일단 불이 먼저다라는 마음에 업도 놔두고 갔다"고 했다. 그는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동네라 마음이 더 쓰였다"면서 처음에는 진화가 금방 끝나려니 했지만 한밤중까지 진화작업이 이어지고 다음날 오전 2~3시쯤 귀가 했다가 4시간도 채 안돼 산불을 진화하러 나섰다.
장민연씨와 청년회원들이 지난 10일 덕구온천 벽산콘도 뒤 응봉산에 발생한 잔불들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장민연씨
장씨는 "큰 불은 처음이니까 그 불 나는 거 보면 그냥 한 숨 밖에 안 났는데 우리 옆에 주저앉은 집 주인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면 넋이 나가 마음이 아렸다"고 진화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번 산불 진화에 도와주신 분이 참 많다"며 "우리 회원들이 주부도 있고 음식점하시는 분들도 있다. (현장에서 불끄는 사람들에게) 지치지 말라고 음식도 날라다주고 서로서로를 도왔던 것이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불을 끄는 이웃주민들은 모두 이심전심이었다. 산불이 타오르는 동안 진화에 쓰일 물이 떨어지자 청년회원 중 건설공사업을 하는 한 회원은 물차 3대를 동원해와 진화에 투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민연씨가 지난 8일 울진군 악구산에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중 잠시 물을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사진=장민연씨
산불은 꺼졌지만 이재민 못지 않게 진화에 나섰던 이웃들의 마음도 무겁다. 장씨는 "도로 바로 옆, 산 바로 밑에 있었던 집들이 죄다 탄걸 보면 마음이 아리다"며 "우리가 좀 더 빨리 갔으면"이라는 미안함과 아쉬움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이렇게 우리가 한 번 해봤으니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도울 것"이라면서 "모두 이웃이다.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근윤 인턴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