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관심없는 얘기에는 귀를 안 기울인다."(안철수)
"당권에 대해 조율할 생각은 없다."(이준석)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전격 선언한 가운데, 대선 이후 합당으로 곧 한 집이 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안 후보는 3일 단일화 공동 기자회견 직후 '이 대표의 단일화 과정에서 조롱 섞인 모욕이 앙금으로 남지 않았나'는 기자들 질문에 "저는 별로 관심없는 얘기에는 귀를 안 기울인다"며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얘기했는지 잘 모른다. 나중에 좀 알려달라"고 무시로 일관했다.
두 사람의 구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대체로 이 대표가 안 후보를 자극했다. 앞서 이 대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있었던 지난달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사진과 함께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후보 사퇴 뒤 윤 후보 지지선언만이 유일한 단일화 방식이라며 안 후보의 백기투항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안 후보가 낮은 지지율과 군소정당의 한계, 선거비용 보전 문제 등으로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아픈 지점을 건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안 후보 측 유세차량 사망사고에 "국민의당 측에서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가지고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그런다"며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냐"고 말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민의당에서는 즉각 "패륜적 망언"이라고 경악하면서 "금수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단일화가 발표됐지만, 이 대표는 뼈 있는 글로 뒤끝을 보여줬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국민의힘 일원이 되기로 큰 결정을 내린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구성원을 환영한다"면서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의 혼선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합당이 무산됐음을 상기시켰다.
이 대표는 견제구도 날렸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단일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사퇴 후 지지 선언이라는 표현을 써왔다"고 했다. 그는 "저는 3월3일쯤 변화가 있을 거라고 꾸준히 주변에 말했다. 2월11일과 2월27일은 투표용지 인쇄 전을 이야기한 것이고, 3월3일이 사전투표 전날이다. 이렇게 세 번의 단일화 디데이가 있었다"며 "안 대표가 독자 출마로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적 비전을 달성하기가 어렵기에 세 개 날짜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 봤다"고 했다. 안 후보가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처럼 자신의 예견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두 사람 간 1차전은 합당 전후가 될 전망이다. 지도부 등 당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과 지방선거 공천 등을 놓고 충돌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공동정부 구성과 운영 등은 윤 후보의 몫이라고 언급한 뒤, "다만 앞으로 정치적 행보, 합당이나 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을 같이 할지는 선거 이후 당의 역할"이라며 자신이 당대표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지금 와서 보면 제시했던 조건들이 굉장히 파격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이 대표는 안 후보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소값은 후하게 쳐드리겠다"고 공개적으로 폄훼한 바 있다.
'합당했을 때 이 대표와 안 후보가 당권 경쟁을 벌이는가'라는 질문에는 "만약 안 대표가 내년으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하면 경쟁을 통해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고, 그 전 단계에는 흡수합당 형식으로 합당 절차를 밟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당대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 형식으로 사실상 안 후보의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이어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합당보다는 더 나은 예우와 배려를 할 계획이지만, 당권이라고 표현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합당을 하더라도 공동대표 등 당권을 나눌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읽힌다. 합당 후 당명 변경에 대해서도 "계획 없다"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