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결렬 배경을 놓고 양측이 다른 말을 전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이와는 별도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계속해서 안 후보를 조롱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단일화 진척에 찬 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일단 뭍밑 대화는 진행 중이었고 주말 회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상황이었단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협상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진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에서 "대여섯 개의 채널이 가동됐었다"며 "제가 협상에 임한 건 맞다. 안 후보 쪽에서도 훌륭하시고 권위가 있으신 원로 한 분과 의견이 오고 간 게 맞다"고 물밑 협상 중이었음을 밝혔다. 또 "여러가지 충분히 협의를 했고, 초안을 주고받는 등 안 후보에게 다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양당 얘기를 종합하면, 윤 후보가 지난 20일 오전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 후보가 다시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건 것까지는 전언들이 일치한다. 이후 내용을 두고는 얘기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후보 간 만남'을 제안했지만 안 후보가 확답하지 않은 채 갑자기 긴급회견을 통해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통화 당시 결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맞섰다.
다만 단일화 관련해 윤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안 후보도 20일 기자회견에서 "제 제안을 받은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윤 후보의 소극적인 입장을 단일화 철회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뭍밑에서 단일화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계속해서 안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도 안 후보의 심기를 건들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대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직후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사진과 함께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말로 안 후보를 사실상 조롱했다. 안 후보가 낮은 지지율과 군소정당의 한계, 선거비용 보전 문제 등으로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며 연일 깎아내리기도 했다. 심지어 "안 후보가 조건 없이 후보직을 자진사퇴하고 윤 후보를 지지선언하는 것만이 유일한 단일화"라고도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난 1월 말부터는 이 대표가 나서서 선거비용 운운하면서 단일화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흘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윤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이 팀플레이로 서로 역할을 나눠서 했던 것"이라며 "최악의 네거티브고 마타도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후보의 조력자인 부인 김미경 교수도 이 대표 언행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지난 20일 KBS에 출연해 "국민의당 측에서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가지고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그런다"며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냐"고 발언,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정말 끔찍한 얘기"라고 했고, 신나리 부대변인은 "천인공노할 발언", "패륜적 망언"이라는 비난과 함께 "금수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협상 과정에서 조롱하거나 협박, 또 상중에 이상한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안 후보가)'아, 이분들은 단일화 의사가 없구나'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이런 말까지도 가능한지, 공당 대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정치가 이 정도까지 됐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단일화가)결렬되는 이 상황도 조롱조가 있다. 이런 것들이 안 후보나 국민의당을 자극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이 대표가 그런 말한 것은 저도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와 우호적인 하태경 의원은 다른 라디오에서 "이 대표 입장은 잘 아시지 않느냐. 제가 추가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때 동지였던 두 사람이 지극히 감정적 사이로 틀어진 것에 대한 곤혹스러운 입장이 담겼다. 한 중진 의원은 "원로들까지 나서 단일화 필요성을 얘기했으면 사적 감정은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며 이 대표를 탓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