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국내 증시 급락에 1월 개인 공매도 거래대금이 전월 대비 40% 급증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 같은 종목을 빌려와 높은 가격에 팔고, 가격이 떨어지면 사들여 차익을 취하는 전략인데, 올 들어 코스피가 300포인트 가량 빠지며 거래 규모가 커진 것이다. 특히 대형주들의 부진에 코스피200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대금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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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7490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45% 증가하며 작년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월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일평균 각각 5752억원, 1738억원이 거래됐다.
개인들의 공매도 규모 증가도 두드러졌다. 1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평균 개인 공매도 거래는 157억원어치 이뤄졌다. 전월(111억원) 대비 약 41% 증가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은 소폭 감소한 데 반해, 개인 공매도는 여전히 일평균 159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 급락에 따라 공매도로 하락에 대비하는 개인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초 3000선에 근접했던 코스피는 한달 만인 지난달 말 2610선까지 주저앉았다.
특히 대형주들의 부진에 개인들에게 익숙한 코스피200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1월 공매도 거래대금은 46억원으로 전월 대비 0.6% 증가에 그쳤지만, 코스피 시장에서는 111억원을 거래해 약 70%가 급증했다.
개인은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투자 금액이 적어 통상 급등락 폭이 큰 코스닥 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삼성전자(-7.0%), SK하이닉스(-5.2%), 네이버(-18.9%), 카카오(-25.4%), 카카오뱅크(-31.4%), 셀트리온(-24.9%) 등 대형주들의 하락 폭이 컸던 만큼 코스피200 종목에 공매도 거래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들이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지수 방향과 반대로 가는 '인버스' 펀드 투자도 있으나, 공매도를 할 경우엔 지수뿐 아니라 개별 종목에 대한 하락 베팅이 가능하다.
제도 개편 역시 개인 공매도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말 증권사의 대주 물량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실시간 대주 통합거래시스템'이 구축돼 개인이 공매도할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 11월부터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차입할 수 있는 기간도 90일 이상으로 연장됐다.
이번 하락장을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코스피 시장에서의 공매도 증가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매도에 익숙해지는 시기 내지는 공매도에 대한 투자 경험들을 축적해 가는 기간이 필요할 걸로 보이고,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보다는 완만하게 증가할 가능성을 더 높게 예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을 써 주식을 빌려 거래해야 하는 공매도가 개인에게 아직 낯선 영역이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중소형주까지 모든 종목에서 다시 허용되면 개인 공매도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 350개에만 허용된 공매도를 상반기 중 정상화하고 전면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아직은 개인들에게 낯설지만 원리는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와 완전히 대칭적이어서 비슷하다"며 "최근 개인 공매도 제도가 개선된 데 이어 중소형주까지 공매도가 전면 허용되면 개인 공매도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