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자기자본의 90%가 넘는 188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가 존폐 위기에 서있다. 대출까지 얻어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매입한 개미주주들은 매시간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 피의자 이모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한 뒤 소재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의 공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현재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팀장인 이씨는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고 공적 자금을 개인 은행 계좌나 주식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188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을 받는다.
잠적 이 부장, '파주 수퍼개미' 의혹
거래소와 증권가 등에선 이씨가 400만주에 달하는 동진쎄미켐 주식을 사들인 ‘파주 수퍼개미’와 동일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모씨(동일인 추정)가 1430억원 상당의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지분율 7.62%)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동진쎄미켐 주식을 6차례에 걸쳐 팔아치웠다. 다만 여기서 일부 손실을 보고 1100억원 가량을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씨가 보유한 동진쎄미켐 지분은 55만주 가량(지분 1.07%)으로 앞으로 주가 흐름에 따라 손실 규모가 결정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지난 3일 오전 8시35분부터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거래소는 이달 24일 내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사에서 직원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을 횡령·배임한 경우 이는 거래소 실질심사 사유가 된다. 이씨는 1880억원 규모를 횡령했는데 이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6057만원의 91.81%에 해당한다.
출처/동진쎄미켐 전자공시
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는 1880억원 규모의 횡령액 회수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거래가 재개된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들은 거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자금 회수 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한 달 가량의 실질심사를 거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 폐지까지 논의할 수 있다. 만일 기심위 심의까지 넘어간다면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 논의 여부를 위한 수년간의 피 말리는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대한소액주주연합회 송동식 회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투자자들) 손해액이 특정된 것이 아니라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소송 보다는 자금 회수 여부가 중요하고, 거래 재개를 기다리는 만큼 거래소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거래 재개를 통한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사건은 회사의 내부통제 미비가 가장 크기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 재무 담당 라인들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도 발빠르게 이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 판단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한누리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 내부통제 관련 임직원 책임과 공시 위반 여부 등 살펴보고 이에 대한 회사의 법적 책임이 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회사는 내부통제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통상적인 방식, 매뉴얼대로 업무를 해왔다”며 “(이씨가) 서류를 위조하는 등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범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직적 범행이 아닌 (이씨) 단독 범행으로 보고있다”고 일축했다. 횡령액 회수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수) 방법이나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회사는 이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관련 계좌를 모두 동결해 횡령 금액을 회수할 계획이다.
“동진쎄미켐 주식 몰수·추징 가능”
만일 이씨가 보유한 55만주의 동진쎄미켐 주가가 올라 횡령액 이상의 수익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 형사상으론 그 수익도 회수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최승재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범죄수익은닉법상 (초과 수익도) 환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익은닉법상 검찰에 부여한 몰수 또는 추징 제도를 통해 횡령액으로 낸 ‘초과 수익금’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도 “주식 자체를 몰수하거나 몰수가 불가능할 경우 추후 판결 시 주가 기준으로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횡령액 자체(약 1880억원)만 받을 수 있다.
이씨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안팎의 중형이 예상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권고) 횡령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기본 권고형은 5년~8년, 가중은 7년~11년이다.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권고안). 출처/대법원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