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모회사와 토지·주택 개발 부문을 자회사로 수직분리하는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초 개편 취지인 LH 조직에 대한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거라며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LH 조직 개편안 2차 공청회에서 "주거복지와 개발 부문의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부문별 정부 통제를 받도록 하는 동시에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 부문을 통제하는 이중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조직 개편안을 제의했다.
앞서 국토부는 LH 조직 개편과 관련해 3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제1안은 주택부분+주거복지부분, 토지부문 등 2개 조직으로 나눠 운영하는 방안이다. 제2안은 주거복지부문, 주택부문+토지부문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제3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만들고 주택부문+토지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다수의 전문가와 일부 국회의원은 이 같은 조직개편안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토지와 주택을 분리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고, LH 조직 개편에는 공익적 요소를 보장하고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개발이익이 반드시 주거복지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도 "3안에서는 조직을 수직분리해서 교차보전이 실제 가능한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수익사업의 성과에 의한 배당의 안정성이 주거복지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LH 조직 개편에서 앞으로의 사업 전망과 수익 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계사는 "작년 LH 단기순이익이 3.3조인데 임대 손실 1.7조고 나머지 개발 이익에서 5조를 내서 전체적으로 이익을 낸 구조"라며 "앞으로의 지속성을 봤을 때 2030년까지는 3기 신도시 개발이 계속돼 개발이익과 임대 손실이 상쇄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LH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 역시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왜 LH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며 "이 개편안은 LH 조직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할 방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 구조에선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도 없어 통제가 안 될 것이며, 자회사의 이익을 모회사로 뽑아 올려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저항이 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공무원과 정치인 몇 명이 모여서 개편안을 만들어서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이런 조직 개편으로는 3기 신도시 조성 사업은 차질이 생길 것이고 취약계층 주거불안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 자리한 국회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3안으로 했을 때 LH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해체 수준의 개편안이라는 얘기에 매몰돼서 날짜에 쫓겨 이 같은 안을 만든 것 같은데, LH 조직 개편은 정밀한 수술을 하듯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앞선 1차 공청회와 이날 2차 공청회를 토대로 국회와 협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을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 부문을 자회사 법인으로 수직 분리하는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