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주식시장에 스팩(SPAC) 광풍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정작 스팩으로 합병하는 기업은 5년 내 최저치 수준이다. 스팩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합병 대상 기업의 가치 희석 우려는 물론 상장 비용 부담도 대폭 확대되고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스팩을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4개사에 불과하다. 지난 2월 원바이오젠이 스팩 합병한 이후 현대무벡스, 제이시스메디칼, 일승 등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현재 합병 대상을 찾은 곳은 유진스팩5호와 엔에이치스팩16호, 엔에이치스팩17호, 삼성스팩2호 등 4곳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다. 상장주간사(증권사)가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증권시장에 우선 ‘신규상장’한 후 3년 내에 비상장기업(또는 코넥스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해야 한다. 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상장이 되어 있는 기업(SPAC)과 합병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간결한 절차를 통해 상장이 가능하고, 유입되는 공모 금액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스팩 합병 기업은 최저치 수준이다. 지난 2017년 스팩 합병이 21개 사로 쏟아진 이후 △2018년 11개 사 △2019년 11개 사 △2020년 17개 사로 감소와 증가 추세를 나타낸 것과는 상반된다.
이대로라면 올해 스팩 시장은 일부 종목의 주가 급등을 제외하면 합병 시장은 비수기에 접어들 확률이 높아졌다. 이는 최근 스팩의 이상 급등 현상에 따른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IPO 업계 관계자는 “스팩이 합병하기 위해서는 대다수 2000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 최근 주가는 이를 넘어서는 형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가총액은 겉으로는 상승할 수는 있어도 실제 가치는 이를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가치가 희석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스팩의 합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팩 몸집이 커지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문제다. 삼성스팩2호와 합병을 준비 중인 엔피는 이번 상장을 통해 총 146억원이 8월에 유입된다. 반면 상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엔피는 주가가 500원이 오를 경우 상장 비용이 약 38억원씩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2000원의 주가일 경우에는 14억원에 불과한 상장 비용이 주가가 5000원일 때는 240억원까지 증가한다. 스팩 합병을 준비하는 기업 관계자는 “스팩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부담되는 것은 상장 비용에 있다”면서 “상장 이후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본래 목적인 기업 합병에 성공하는 경우는 51% 정도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스팩의 경우 합병과 함께 주가가 상승해 좋은 투자처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절반 이상은 상장폐지 혹은 상장 이후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스팩이 광풍을 불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