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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오랜만의 외출
입력 : 2021-05-27 오전 6:00:00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며 살고 있는가. 가고 싶은 곳은 찾아가고 있는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은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의 행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런저런 것을 자문자답해 본다. 시간은 속절없다.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오월을 보내고 있다. 계절은 봄을 떠나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적잖은 것이 단절된 느낌의 일상에서 그래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보고 싶은 사람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화로, 문자로, 만나자는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커지는데, 며칠 전 친한 벗으로부터 바람 쐬러 오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열차표를 예약했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전북 전주로, 고창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참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우리들의 여행에 맑은 날씨와 깨끗한 공기가 동행해주었다. 한 편의 시도 가슴 속에서 꿈틀거렸다.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크나큰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그리고/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후략) 
 
독일의 시인 괴테의 시 '오월의 노래' 일부다. 시는 봄의 대자연과 함께, 그런 대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새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구애의 문장이리라. 시의 바탕에는 그의 연인이었던 프리드리케와의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1771년 봄의 일이다. 
 
이 시를 소환하며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가는 마음으로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마당 한 편에 핀 꽃향기가 새어 들어와 입맛을 돋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 또한 사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즐거움의 하나. 식사 후에 둘러본 마을 여기저기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들이 봄밤을 즐기는 모습이 망중한으로 찾아온다.  
 
다음 날 찾은 선운사에는 때마침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는 사람들로 조금의 활기가 느껴졌다. 절 입구에서 절 뒤쪽까지 펼쳐진 동백나무에는 이미 꽃은 지고 없지만,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고 노래한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가 불쑥 찾아와 몇 번이고 되뇌었다. 선운사 마애불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가을이면 핀다는 꽃무릇이 아직은 그리움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꽃 필 때까지는 사람도 꽃도 그리움이다. 어쩌면, 그 그리움이 개화를 가장 아름답게 구성하는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 본 고인돌 유적지와 고창읍성을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며 살아야 한다, 가고 싶은 곳은 찾아가야 한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은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내 마음은 이런 해답지를 들고 있었다. 움츠러들지 말고, 가능한 한 움직여야 한다.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코로나에 대처하는 성숙한 모습들이었다. 
 
어쩌랴. 이 난세의 시절도 피하지 말고 맞서야 하지 않겠는가. 대자연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고, 커져만 가는 그리움도 달래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하고, 자연에도 고하고 사람에게도 고하고 스스로의 마음에도 고하자. 
 
햇볕이 풍부해지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고 하는 소만이 지났다. 농촌에서는 이른 모내기가 이루어지는 계절.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도 모내기를 하듯 무언가를 심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근로 · 사업 · 재산’ 소득 트리플 감소’라고 한다. 마음에 걸린다. 이럴 때일수록 기를 펴고 살아야 한다. 오늘은 서로에게 보고 싶다며 그리움을 물어보거나, 오랜만의 외출은 어떠냐는 말을 하면 좋지 않을까.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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