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남성의 고용충격이 컸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달리 코로나19는 기혼여성에게 충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공백 등 여성의 이른 경력 단절은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경제 생산성과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원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 실직할 확률·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은 기혼여성 취업자가 기혼남성보다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과거 외환위기에서 대표적 경기민감산업인 제조업, 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남성들의 고용이 큰폭으로 감소한 것과 구분되는 독특한 현상으로 봤다.
코로나19 전인 2020년 1월과 지난 3월의 고용상황을 비교할 때 기혼남성이 실직할 확률은 0.65%에서 0.75%로 0.1%포인트 상승한 반면, 기혼여성은 0.68%에서 1.39%로 0.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취업자가 한 달 이내에 실업 상태가 될 확률을 계산한 것으로 코로나19 1차 확산 이후 기혼여성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는 의미다.
취업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될 확률은 기혼남성은 1.15%에서 1.67%로 0.52%포인트 증가한 반면, 기혼 여성은 3.09%에서 5.09%로 2%포인트 증가했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 실직할 확률·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은 기혼여성 취업자가 기혼남성보다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러한 현상은 여성 종사자 내 대면서비스업 종사 비중이 높다는 사실로 일부 설명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고용 충격을 받은 상위 3개 업종인 교육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모두 대면서비스 분야다. 해당 분야를 보면, 2020년 1월 기준 여성취업자 비중(38%)은 남성취업자(13%)를 크게 상회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한다고 가정하면 실업 확률이 남녀가 유사한 것과 달리,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될 확률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0%포인트 높았다.
김지연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노동시장을 떠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은 단순히 대면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39~44세 집단에서의 성별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중단시키는 원인이라는 게 KDI 측의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 연령대 여성이 유독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으로 학교 폐쇄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이른 경력단절은 영구적인 인적자본 손실로 이어져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경제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자녀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영유아 중심의 현행 돌봄지원정책이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 실직할 확률 및 경제활동을 중단할 활동은 기혼여성 취업자가 기혼남성보다 모두 큰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시설폐쇄 안내문 붙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