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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황제연봉'은 또 하나의 갑질 아닌가
입력 : 2021-03-31 오전 6:00:00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영업손익은 1853억원의 적자로 반전됐다. 그것은 물론 호텔신라의 잘못도 아니요, 삼성그룹의 책임도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뚝 끊긴 탓이다.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운명처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의 급여는 평균 15% 줄어들었다. 험한 전염병 사태를 이겨내려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 이부진 사장은 달랐다, 그녀는 급여 11억8400만원, 상여금 37억여원 등 모두 48억9000여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전년보다 52.6%나 증가한 것이다. 회사의 매출과 직원들의 급여가 모두 줄어들었는데 최고경영자는 거꾸로 간 것이다. 인간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부조리 가운데 이보다 심한 경우가 또 있을까? 
 
그렇지만 그런 비판이 그녀에게만 가해진다면 그녀는 몹시 억울할 것이다. 다른 재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7조4000억원으로 38% 줄었다. 역시 코로나19사태 때문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직원급여는 평균 15% 감소했다. 직원들은 순환 휴직 등으로 한동안 일자리를 떠나 있어야 했다. 반면 총수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보수는 30억9800만원으로  40%나 늘었다.
 
장남과 차남이 간 경영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6% 감소하고. 순이익은 10% 감소했다. 그러나 조양래 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은 나란히 20억~30억원대의 급여를 받아냈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 30억원 넘는 보수를 챙겼다. 3부자 나란히 작년에 연봉이 10억원 이상 증가하는 '행복'을 맛봤다.
 
최근 한국에 재벌 지배구조 개선과 '황제경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재벌총수와 그 일가는 여전히 특권을 누리는데 망설임이 없다. 특히 경영상황과 실적에 상관없이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일이 흔하다. 말하자면 '황제연봉'인 셈이다.
 
고액 연봉을 무조건 비난하려는 것은 없다. 특히 전문경영인의 경우 평생을 바쳐 실력을 갈고 닦아온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그들은 거대한 자산과 매출, 종업원을 거느리는 대기업을 이끌어가면서 성장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 노고와 책임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운동선수들도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발휘할 경우에는 젊은 나이임에도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렇다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다소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오히려 재벌총수 일가의 고액연봉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지난해 구광모 LG그룹 회장(80억800만원)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63억원), 이재현 CJ 회장(123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12억원), 구자열 LS 회장(77억원) 등이 그렇게 비싼 연봉을 받을 실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불미스런 일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거액의 보수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회삿돈 횡령 혐의로 유죄 판정을 받은 삼양식품의 전인장 전 회장과 그의 아내 김정수 총괄사장 등 오너 일가는 근로소득과 퇴직금 명목으로 185억여원을 받아냈다.  
 
황제연봉에 대해 스스로는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총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실력 있다는 인식을 주입시킨 것 아닌가 한다. 
 
황제연봉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기업에서 노조의 더 높은 임금인상 요구를 유발한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확대한다. 결국 한국사회의 격차를 깊게 하고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 이는 전문경영인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실력과 노고에 대한 보수는 필요하지만, 한도는 필요한 법이다. 
 
특히 경영상황이 나쁠 때 황제연봉이라는 특권 행사는 억제돼야 한다. 그것은 아무런 근거나 정당성도 없는 일종의 '갑질'이요, 전횡에 가깝다. 자칫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으니 자해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사회의 건전한 상식에도 너무나 어긋난다. 
 
다만 그것을 법으로 막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 염려가 있으니 곤란하다. 대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행동주의 펀드들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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