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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하인드)‘조제’, 그리고 데뷔 50년 대배우 허진의 존재감
입력 : 2020-12-09 오전 12: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영화 조제는 일상성이 강한 얘기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지만 김종관 감독의 색채와 주인공 한지민 남주혁의 러브라인이 두드러진다. 원작과 달리 조제’(한지민)영석’(남주혁)이 만나고 사랑을 하는 과정에 더욱 집중을 한다. 이 과정이 영화적으로 장치를 드러내지도 않고, 또 창작적인 결말로 이끌어 가지도 않는다. 때문에 소소하고 또 잔잔하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지루하고 일상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에게 관람을 몰입을 반감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상성의 강력함을 현실성으로 끌어 올리는 장치가 조제는 있다. 주인공 조제영석의 만남 그리고 과정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모멘텀을 주는 장치다. 결코 극적인 장치가 아님에도 관객들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조제의 보호자로 등장한 고물 할머니이자 다복이란 이름을 가진 원로 배우 허진의 내공이다.
 
영화 '조제' 속 배우 허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데뷔 50년차 허진의 내공은 영화 곳곳에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고 또 압도적이다. 압도적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어느 순간에는 조제의 영화적 경계선을 허물어 버린다.
 
한지민이 꼽는 허진의 내공은 단연코 디테일이다. 평생을 그렇게살아왔음직한 영화 속 다복의 굽은 등, 그리고 기묘한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아스팔트와의 마찰음 속 걸음걸이.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조제에겐 그 걸음걸이의 소리는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이다.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조제에게 다복의 걸음걸이는 유일한 안식이다. 한지민은 현장에서 촬영을 하면서 허진의 발걸음 소리에 조제의 감정을 이끌어 냈을 정도라고.
 
감독이 절대 포기하지 않은 장면 중 허진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결정판은 요강 소변장면이다. 스크린에서 이 장면은 다복의 굳은 살이 잔뜩 박힌 거친 발 뒤꿈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조제의 얼굴이 대비돼 등장한다. 발 뒤꿈치의 거친 굳은 살만으로도 조제의 감정이 전달되고, 또 다복의 인생이 전달되는 이상한 감정이 관객들에게 휘몰아치게 전달된다.
 
영석을 연기한 남주혁은 존경을 넘어 경외감까지 드러냈다. 영화에서 허진과 대사를 주고 받는 몇 장면에서 남주혁은 기묘한 경험을 했단다. 감독의 사인과 함께 카메라가 돌아간다. 하지만 남주혁의 눈앞에 앉은 허진은 대선배 배우허진도, 영화 속 다복도 아니었다. 자신의 동네에 있음직한 진짜 고물 할머니였다. 허진의 대사에 순간 남주혁이 자신의 대사를 잊고 다른 말을 내뱉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조제속 허진의 분량은 크지 않다. 하지만 역할과 임무는 이 영화의 주요 변곡점을 던지는 없어선 안될존재이자 배역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단역급 배역으로 출연 중인 원로 배우 허진의 내공은 놀랍다. 아니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데뷔 50년 차 내공의 결정판이다.
 
이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조제의 현실감은 원작과의 비교를 거부할 정도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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