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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 백신 정보 해독이 중요한 까닭
입력 : 2020-11-16 오전 6:00:00
글로벌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에게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화이자는 독일의 바이오벤처인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한 RNA 백신 임상 3상 시험을 한 결과 중간 평가에서 90%라는 높은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화이자뿐만 아니라 위탁 생산 가능 제약사 등 백신 관련주 주가 등 세계 주가가 뛰었다. 화이자와 같은 RNA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도 곧 좋은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모더나 주식이 급등하고 화이자는 외려 하락하는 등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가가 급등한 날 화이자 CEO가 자신의 보유 주식을 62억 원어치나 대량 매도한 배경에도 관심을 쏠렸다. 화이자의 임상 3상 발표를 계기로 코로나 백신 시대가 코앞에 놓였다는 기대감과 성급한 환호는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화이자의 성공 소식은 한국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었다. 화이자 등이 최종 개발에 성공해 생산·유통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더라도 대한민국은 단 한 명분의 화이자 백신도 확보할 수 없다는 일부 언론의 비판이 곧바로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해명 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집단면역 형성과 지역사회 전파 차단 효과 등을 고려해 1단계로 국민 60%가 접종 가능한 백신 우선 확보 방안을 추진 중으로, 이후 백신 개발 동향 등을 고려해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면역력 확보가 가능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약 1천만 명분 백신 확보를 위한 코박스퍼실리티(COVAX Facility) 가입 절차는 이미 완료했고,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개발사와 협상도 조속히 마무리해 약 2천만 명분의 백신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 이런 내용을 말했다. 
 
그러자 언론은 이 소식을 속보로까지 전했다. ‘“코로나 백신 연내 3천만 명분 확보”…'특례수입' 첫 적용’, ‘방역당국 “코로나 백신 최대한 확보…연내 인구 60% 접종분 목표”’ 등의 제목으로 거의 모든 언론은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연내에 국민 60%가 맞을 수 있는 접종 분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정부의 해명자료를 잘못 읽은, 오독이 빚은 오보이다. 
 
RNA(더 정확하게는 mRNA) 백신은 인류 역사상 처음 등장하는 형태의 백신이다. RNA라는 물질이 워낙 불안정해 영하 70~80도 상태로 보관·유통해야만 접종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그 어느 나라도 이런 초저온 냉동 백신 유통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아무리 빨리 다음 달에 백신 사용 긴급 승인을 한다 하더라도 실제 미국 국민이 접종받는 것이 적어도 올해 안에는 쉽지 않다. 화이자가 한 달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약 5천만 명 분이다. 미국 국민 모두에게 이 백신을 맞히는 데만 꼬박 6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어떻게 연내에 3천만 명분의 백신, 즉 6천만 도스 분량의 코로나 백신을 확보한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를 찬찬히 뜯어보면 (언제가 될지 잘 모르지만) 화이자 백신이 아니라 안전하고 유효성이 있는 다른 코로나 백신이 쏟아져 나오면 그 가운데 3천만 명 분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연내에 하겠다는 것이다. ‘연내 계약’이 졸지에 ‘연내 3천만 명 분 확보’라는 엄청난 뉴스로 둔갑을 한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백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백신은 감염병에 대항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치료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치료 효과가 있다고 일부 코로나 환자에게 쓰고 있거나 세계 각국이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임상 시험 성적만 보면 결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백신 또한 마찬가지 자세가 필요하다. 백신은 물론 ‘게임 체인저’ 구실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이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초저온 유통 시스템이 필수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의 유통 시스템이면 되기 때문에 사정이 화이자 백신보다는 낫지만 이 또한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준비가 뒤따라야만 한다. 만약에 초저온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고 독감 백신처럼 섭씨 2~8도에서 유통해도 유효성 면에서 별문제가 없는 백신이 나온다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면역 형성 효과가 90%에 육박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럴 경우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외면받게 된다. 방역과 투자 모두에서. 코로나 백신 톺아보기가 중요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
 
조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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