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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하필 이사철에…계약갱신청구권 ‘대혼란’
이사한다던 세입자 의사 번복, 근거 남기면 거절 가능
세입자 내보내고 주택 매도, 소송 비화 가능성 커
2020-09-15 12:00:00 2020-09-15 12:56:5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첫 이사철을 맞으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임대료 인상폭이 제한돼 전세보증금을 현실화하지 못한다는 정도의 불만은 다른 사례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집을 샀는데도 입주할 수 없게 돼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법 시행과 잔금 일자가 며칠 차이로 갈린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하고도 세입자 권리 주장에 밀려 입주하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급하게 살 집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엔 이미 전세 매물이 마른 데다 법 시행 전에 전세가가 미리 급등해 버려서 만만치가 않다.    
 
법을 되돌리자는 주장은 정치의 영역이고, 우리는 새 법에 맞춰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 핵심은 계약갱신청구권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숙지해야 할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택 매매 계약으로 인해 기존 집주인과 새 집주인이 생기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 △임대차 계약만기 6~1개월을 꼭 기억하라는 것, △계약일과 잔금일이 아니라 등기일에 기준한다는 것, △가장 먼저 임차인과 임대인의 의사부터 각각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히 말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남기라는 것과 △근거를 남긴 의사는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대차3법, 그중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이사철을 맞은 주택시장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임대인은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1회에 한해 응해야 한다는 내용 외에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계약갱신청구권, 큰 혼란 야기
 
임대차3법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가리킨다. 모두 국회를 거쳐 8월부터 이미 시행 중이다. 
 
이중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특별할 게 없다. 확정일자 등을 받지 않아 생기는 문제 등을 방지하지 위함인데 신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이사(잔금일) 후 30일 내에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니 꼭 챙겨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보증금 인상 등 돈에 관한 문제라서 조금 민감하다. 전월세 재계약시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내로 인상폭을 제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지자체가 이보다 낮게 상한선을 정할 수 있으나 5% 갖고도 말이 많은데 더 낮게 책정하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의 불만이 크고 또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셋집 매물이 줄어드는 데도 영향을 끼치기는 했으나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걸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하는 이유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논란이 심각해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는 의미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거주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의 주된 내용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만기 전에 계약 연장을 요구할 경우 한번은 그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세입자가 이미 그 집에서 몇 년을 살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2년을 추가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임대료는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집주인 또는 집주인의 직계존비속 즉 자식이나 부모가 실거주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세입자가 월세를 2개월 연속 밀렸거나 빌린 집을 전전세로 놓았다거나 집을 망가뜨리는 등의 경우에도 거절할 수 있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다. 
 
거절이 아니라 세입자와 합의하는 경우도 가능한데, 그냥 합의해줄 리는 없고 보상이 따를 것이다. 이미 “세입자가 나간다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실거주한다며 새입자 내몰고 매도? 소송전 예고
 
만약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에 다른 세입자를 들이거나 집을 매도한다면? 뒤따를 일을 감수해야 한다. 
 
그 사실을 기존 세입자가 알고 신고할 경우 기존 임차료 3개월분(전세의 경우 전월세 전환율 연 4%로 환산) 또는 새로 들인 세입자에게 받는 임대료와의 차액 즉 인상액 2년치 중 많은 금액을 손해배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5억원에 전세 살고 있던 사람을 실거주를 이유로 내보낸 후 보증금을 6억원으로 올려 세입자를 들였다가 기존 세입자에게 발각된 경우라면, 3개월치 월세와 인상한 금액 2년치 중 큰 8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몇 달만 살다가 매도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례별로 갈릴 것 같다. 일단 세입자가 요구했던 기간이 2년이므로 2년 동안은 집주인(가족)도 실거주해야 한다는 것이 규정이다. 해외이민 등 어쩔 수 없는 경우엔 팔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게 아니라도 애매하다. ‘주택 매입 희망자와 실거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매매하기로 한 경우’ 등 미리 공모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데 세입자가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여러 경우가 발생하며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임대차3법을 실증기간 없이, 더구나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하기로 한 탓이다. 
 
 
계약연장 의사 ‘문자’로 확인 
  
불확실한 부분들이 많지만 큰 줄기에서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시점에 관한 부분이다. 전월세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에 요구하면 된다. 올해 12월10일부터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부터는 6~2개월로 청구권 행사 가능 기간이 바뀐다. 
 
이때 집주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기존 임대인이라면 문제가 없는데 해당 기간에 매매 계약이 체결돼 새 집주인이 생긴 경우, 특히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 집을 매입했다는 기준이 소유권 등기일이다. 계약금, 중도금 다 치렀어도 등기가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새 집주인도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 큰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을 매입하기 전에는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해서 집안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집주인의 매매의사를 모를 리 없다. 세입자로서는 계속 거주할 생각이 있다면 이 시점에 당연히 계약갱신을 요구할 것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오직 하나,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집구경을 하지 않아 세입자가 매매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라면, 바뀐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데, 부동산 시세가 급등하는 시기 투자 목적의 매매라면 몰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다.  
 
전세 만기 6개월 시점에 세입자에게 전세 연장 의사를 물었을 때 세입자가 이사할 계획이라고 말해서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전세 만기 1개월 전에 계약갱신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매수자도 집 매입을 위해 이미 살던 집을 처분하기로 계약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상황인데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표현 방식이다. 구두로 밝힌 의사를 녹취하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근거를 남겨야 한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한 질의에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 입증 가능한 모든 수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서류에 사인을 받지 않더라도 문자 메시지도 괜찮다. 
 
세입자에게 문자로 계약 연장 의사를 물어 이사할 계획이라는 답장을 받았다면 이를 근거로 매매 계약 또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도 괜찮다. 만약 나중에 세입자가 의사를 번복해도 먼저 받은 문자를 근거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구두 약속은 안 된다. 
 
간혹 임대차 계약서에 계약갱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특약사항으로 넣는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불법적인 특약은 무효화할 수 있다.   
 
세입자, 와일드카드 효과적으로 써야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차계약 갱신을 원할 경우 최대한 빨리 요구하는 것이 좋다. 만에 하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매계약이 진행된다면 방어할 수단이 없다. 6개월 안에 전세계약이 끝날 예정이라면 곧바로 임대인에게 전화를 하기 바란다. 임대차계약 갱신을 원한다는 내용의 문자도 보내야 한다. 
 
만약 집주인에게 특별한 낌새가 없어 별 말하지 않아도 연장할 수 있는 경우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아끼는 것이 좋은데 사람 마음은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집주인이 5% 상한선을 넘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고 그에 응할 수 있다면, 그 집에서 앞으로도 오래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미루고 전세계약을 연장한 뒤 2년 후에 와일드카드로 꺼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정권이 바뀌면 임대차3법도 폐기될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법을 바꾸는 건 국회다. 올해 21대 국회가 꾸려졌고 4년 임기다. 최소한 다음 임대차 재계약 때까지는 유효할 법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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