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찾기', '브랜드 일원화'…은행 명칭변경에 담긴 함의
KEB하나→하나, SC→SC제일 등…인수·합병 영향 크지만 글로벌화 등 트렌드 영향도
입력 : 2020-02-09 12:00:00 수정 : 2020-02-09 12: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은행들의 브랜드 명칭 변경 이유는 과거 전통찾기, 그룹 계열사 차원의 소속감 증대 등 다양하다. 업권 내 인수·합병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고객들의 불편 제거와 하나금융그룹 내 계열사 명칭 일원화 차원에서 기존 브랜드 명칭 중 'KEB'를 삭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손님이 'KEB'를 통해 구 외환은행과 통합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발음상 어려움이 있고 (KB국민은행·KDB산업은행 등)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다른 은행과 혼동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KEB하나은행이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브랜드명이 통일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하나' 브랜드로 사명을 일원화함으로써 직원들의 소속감과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KEB하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브랜드 명칭을 변경하기 전, 하나금융그룹 소속 주요 계열사 현황. 사진/뉴스토마토
 
하나은행이 브랜드 명칭 변경을 기념해 지난 3~5일 판매한 최고금리 연 5.01%의 '하나 더적금'은 신규개설 계좌 수 136만7000좌, 초회 납입금액 378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명칭을 각인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하나은행 직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하나은행'으로 새롭게 바뀐 간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과 반대로 브랜드 명칭에 영어를 포함시킨 경우도 많다.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노력 등을 부각하는 차원에서다. 지난 2002년 10월 국민은행이 KB국민은행으로, 2007년 1월 기업은행이 IBK기업은행으로 브랜드 명칭을 각각 변경한 것이 그 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01년 11월 주택은행 합병을 계기로 △세계 수준의 은행을 지향한다는 이미지 정립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닌 내부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가치관 확립 차원에서 브랜드 명칭을 바꿨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은행 비전·조직문화 확립과 체질 개선 차원에서 진행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 2016년 4월 브랜드 명칭을 기존 SC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변경했다. 과거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시절 대한민국 5대 은행 중 하나로 꼽혔던 제일은행의 전통을 잇는 한편 현지화를 통한 고객접근성도 높인다는 측면에서 진행했다. 옛 제일은행 출신으로 2015년 1월 취임한 박종복 행장이 1년4개월에 걸쳐 영국 SC그룹 본사를 설득한 결과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SC은행이라고 하면 친숙도가 떨어져 일선 영업점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며 "특히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 여섯 번째)와 전현직 임직원들이 지난 2016년 4월28일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건물 외벽과 영업부 간판을 ‘SC제일은행’으로 바꾸는 제막식 행사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C제일은행
 
은행 명칭변경은 금융위기 시절 인수·합병 과정에서 이뤄진 일이 특히 많았다. 기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 결과, 한빛은행을 거쳐 2002년 5월 출범한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상업·한일은행 합병추진위원장을 맡은 박영철 고려대 교수가 이미 1998년 10월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지어놨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인 1998년 6월 충청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은행 이름을 '충청하나은행'으로 사용하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은행명 변경은 다소 업력이 짧은 저축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는 과거 저축은행 중 부실이 심해 다른 곳으로 매각을 진행하던 가교저축은행들의 첫 단어를 '예'로 통일해서 지은 바 있다. 예성·예나래·예가람·예주·예신저축은행 등이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예보의 매각공고 등을 거쳐 타 금융사로 대부분 편입됐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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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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