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9년간 환평업체 주소지 '서울'로 제한…3개 업체가 60% 이상 평가 수행
2009년 5월 '환평 대행자 신고 조항' 신설…2019년 1월까지 유지 후 삭제
예평 등 3곳이 66.2% 수행 고착화…최근 5년간은 3곳이 76.9% 수행
서울시 내부·업계 "담당 공무원들 특정업체와 회식 자주 가져" 유착 의혹도
입력 : 2020-01-28 08:00:00 수정 : 2020-01-28 08: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이하 환경본부)가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상위법인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법에도 근거가 없는 '주소지 제한' 조항을 만들어 9여년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를 수행하는 대행업체가 특정 업체로 고착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업계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공무원과 친한 예평이앤씨 등 3개 대행업체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의 절반 이상을 수행하는 상황"이라며 "공무원과 특정 업체와의 친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시와 환경영향평가 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본부는 2009년 5월 '서울시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조례'(지금의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개정, '제11조(환경영향평가 대행자 신고)'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에 따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 등록한 주소지가 서울시인 대행자로서 평가서 등의 작성을 대행하고자 하는 평가대행자는 대행 계약일부터 20일 이내에 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시 행정구역 안의 건축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는 건 회사 소재지가 서울시로 신고된 업체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이 조항은 2010년 7월1일자로 시행, 9년간 적용해오다 2019년 1월 삭제됐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환경부와 법조계에서는 주소지 제한은 환경영향평가법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평가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도 효과가 작아 굳이 적용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법에는 평가대행사와 관련해 주소지가 '우리 지자체 행정구역에 있어야 한다'고 제한을 두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례는 중앙부처가 아닌 지자체가 관장하는 것이지만, 평가대행사에 관해서는 지자체가 관여할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가 주소지 제한에 관한 조항을 만들며 근거로 든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술능력·시설 및 장비를 갖추어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 대행자로 등록하여야 한다"라고만 명시됐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각 지방 환경청에 대행업자로 등록만 하면 된다. 서울시를 제외하고 경기도, 강원도, 경남, 광주, 대전, 부산, 인천, 제주 등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갖춘 8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대행업체에 대해 주소지 제한을 둔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대해 구주와 법무법인 강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목적이나 내용·효과와 전혀 무관한 주소지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입법 절차도 이상하고 불필요한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리를 제한하는 법 조항을 만들려면 상위법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환경본부는 이런 과정 없이 자의적으로 조례를 운영했다는 설명이다.
 
환경본부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의 주소지를 명분으로 자격을 제한한 것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수행이 특정 업체로 쏠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환경본부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실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사업 리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신청일 기준) 9년간 서울시에서 실시한 98건의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65건(66.2%)을 '예평이앤씨', '동해종합기술공사', '제일엔지니어링종합 건축사사무소(이하 제일엔지니어링)' 등 3곳이 수행했다. 전체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예평이앤씨는 29건으로 29.59%를 차지해 1위였다. 이어 동해종합기술공사 23건(23.40%), 제일엔지니어링 13건(13.26%) 순이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2015년부터 올해 12월까지 최근 5년간 수행실적을 보면 '쏠림'은 더 두드러진다. 서울시가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실시한 52건의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40건(76.9%)을 예평이앤씨, 동해종합기술공사, 제일엔지니어링 등 3곳이 했다. 이 가운데 예평이앤씨는 가장 많은 21건(40.4%)을 수행했다.
 
전국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300여개, 서울시에 등록된 업체는 30개 안팎이다. 서울시에서 '쏠림'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건축 사업자로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빨리 마쳐야 하고, 그러자니 공무원과 친하다고 알려진 대행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평이앤씨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본부의 A주무관 등 환경영향평가 담당 공무원들은 특정 업체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심지어 업체 회식에도 참석하거나 사적으로도 만나 술을 먹을 정도"라면서 "내가 건축 사업자라고 해도 특정 회사가 서울시 관계자와 친분이 있다는 말이 들리면 당연히 거기에 일을 맡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A주무관과 예평이앤씨 임원 B씨는 과거 민간 업체에서 같이 근무해 친한 사이"라고 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공무원들은 특정 업체들과 자주 어울린 것에 대해 동료 직원들도 '이건 아니다',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과 민간인의 만남 자체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해서 일부 상급자들은 처신에 주의를 줬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환경본부 관계자는 대행업체 주소지 제한 규정을 둔 것에 대해 "상위법인 환경영향평가법은 '등록'에 관한 것이고 서울시 조례는 '신고'에 대한 내용이라 서로 다르다"면서 "2009년 해당 조례를 입법예고할 당시 대행업체의 주소를 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출돼서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소지를 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당시 제출된 의견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으며, 해당 의견을 반영해 개정 판단을 내린 배경에 대해서도 "당시 이 조례 문구를 만들 때의 담당자들이 현재는 없는 상태라 대답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성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A주무관은 지난 2005년부터 환경본부에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정 업체와의 친분설에 대해서도 "환경본부에 관해 계속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으므로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