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형사사건 직접수사에 열의 보이는 이유는?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경찰 수사 미흡함 지적하려는 것" 지적
입력 : 2019-12-12 17:02:50 수정 : 2019-12-12 17:02:5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최근 검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등 잇달아 형사사건 직접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형사사건 수사에 열의를 보이는 것을 두고 경찰의 미흡했던 수사를 지적해 수사권 조정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8차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11일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직접 수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재심을 청구한 윤모씨가 검찰 수사를 요청한 데다 경찰의 관련 자료를 검토하던 중 직접 수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왜 하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지금 수사에 앞장서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원 수사 등 여러 가지 증거 자료 분석에 있어 오류가 있다는 판단하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경찰의 미진한 수사를 부정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검찰에 유리한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윤씨를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2월 법원 인사가 있어 그 전에 재심개시결정을 받는 것이 목표"라며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화성 8차 사건에 검·경 간의 긴장 관계가 담겨 있다”며 “이 사건이 검경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도 설명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살인사건을 기소했다고 알렸다. A씨가 피해 여성과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여성만 사망했다는 주장대로 경찰이 수사해 불구속 송치했지만, 3년 만에 구속기소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 당시 CCTV 화면과 부검 결과에서 살인 단서를 전혀 찾지 못했지만, 검찰 수사에서는 발견됐다.
 
이를 두고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왜 못 찾아낸 것인지 이상하다. 검찰이 사건 발생 이후 경찰과 같은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한 것일 텐데, 결과가 다른 것은 경찰이 수사를 게을리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오랜 시간 이후에 검찰이 수사를 다시 한 배경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피의자가 뇌 손상을 이유로 진술을 미뤘고, 법의학 자문을 기다리는 데 6개월이 걸리는 등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지난 5월에서야 전면적 수사를 시작했다"며 "검·경 수사권과 전혀 상관없고, 구속 기한이 다 돼서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찰 수사 당시 피의자 진술에 의존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화성 8차 살인 재심 사건의 검찰 직접 수사 착수 경위에 대해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직접 조사를 검토했으나, 경찰이 재수사에 이미 착수한 점, 재심청구인 측도 일단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해온 점 등을 감안해 그간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재심 청구인의 촉구 의견서 제출과 법원으로부터 재심 관련 검찰의 의견 제시를 요청받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직접 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뉴시스
 
대검찰청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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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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