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이사회 '여전', 99% 이상 원안 가결
대규모 내부거래 100% 통과…책임경영 '약화'
입력 : 2019-12-09 15:34:22 수정 : 2019-12-09 15:34:2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내 기업의 이사회가 안건의 100% 가까이 원안 가결해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늘어나는 등 총수일가를 견제하는 역할 수행을 위한 기반이 형식적으로 구축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집단 이사회 구성과 작동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자료에 따르면 54개 기업집단의 6722건 안건 가운데 99.64%가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가 부결된 것은 0.36%인 24건에 불과했다. 작년 대비 0.07%포인트(p) 감소했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100% 원안대로 가결됐다. 반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51.3%)은 작년 대비 0.6%p 늘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사외이사 비중이 50%를 넘어선 이후 꾸준이 증가세다.
 
사외이사 비중이 늘어난 것은 이사회가 형식적으로나마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원안 통과율이 현저히 높아 실제로는 여전히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사회 상정 안건들 대부분 원안대로 가결되고 있어 이사회의 기능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부분 있다고 보고 사후적인 모니터링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기업 비율은 계속 떨어져 '책임경영'은 점점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2015년 18.4%에서 매년 감소해 올해 14.3%로 떨어졌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이름을 올린 기업 비율은 5%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4.7%로 내려앉았다.
 
총수가 있는 49개 분석대상 대기업집단 중 19개 집단은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그 중 10개 집단은 총수 2, 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없었다. 한화, 신세계, CJ, 미래에셋, 태광, 이랜드, 네이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총수일가는 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56.6%), 지주회사(84.6%), 주력회사(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41.7%)에서 집중적으로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 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 비율은 지난해 25.7%에서 올해 34.4%로 늘어났지만 실제 전자투표로 의결권이 행사된 비율은 2%에 그치는 등 제도 활용도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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