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검은 금요일'의 과잉 소비
입력 : 2019-12-03 06:00:00 수정 : 2019-12-03 06:00:00
인간의 물욕은 끝이 없다. 20세기 경제 시스템은 이러한 인간의 물욕을 광고와 마케팅으로 더욱 자극했다. 결국 인간의 소비는 미덕을 넘어 악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장 보드리아르(Jean Baudrillard)는 이 같은 소비사회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만약 소비사회가 더 이상 신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소비사회 그 자체가 신화다. 맑고 단순한 풍요를 금과 부를 가진 악마로 대체했다. 그리고 풍요의 계약은 악마와의 계약이 됐다."
 
분명 풍요는 궁핍보다 낫다. 하지만 풍요가 지나치면 그 또한 큰 병폐다. 인간의 과잉소비로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다. 여기에는 어쩌면 소비자의 잘못보다 기업의 잘못이 더 클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무수한 돈을 들여 현란한 광고를 하고 각종 이벤트를 벌여 소비자를 유혹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 중 하나는 매년 이맘 때 벌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검은 금요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때때로 미친 금요일로 번역되기도 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축제를 한 후 바로 그 다음 날인 금요일 온종일 상업 이벤트를 벌인다. 이는 전통적으로 연말 축제를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한 순간으로 기록된다. 장사꾼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파격적인 세일로 손님을 끌지만 이 양태는 큰 논쟁거리를 낳고 있다.
 
2015년 미국인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에 6760억달러(한화 약 800조원)를 소비했다. 이 액수는 2005년부터 꾸준히 증가했고 상인들은 이 행사를 통해 가장 큰 돈을 번다. 금요일 하루 쇼핑을 한 미국인은 1억명에 달한다. 이 블랙 프라이데이는 2010년부터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유럽으로 퍼져나갔고 다양한 상업 광고와 함께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잉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여러 단체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올해 유럽 여기저기에서는 '블록 프라이데이(Block Friday)'를 내걸고 쇼핑센터와 온라인 쇼핑몰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저항했다.
 
프랑스는 정부가 나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성격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블랙 프라이데이인 지난 29일 아네스 파니에 뤼나쉐르(Agnes Pannier-Runacher) 경제부 장관실 행정 책임자는 프랑스 2TV에 출연해 프랑스인들에게 자국 제품을 선호하고 지역 상권을 이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녀는 "나는 프랑스인들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성숙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소비 행동이 그간의 패턴을 바꾸는데 즉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선택은 때때로 투표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라며 "프랑스인들이 여기서 힘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들이 세상의 소비 패턴을 바꿀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프랑스식으로 소비하고 프랑스 제품을 소비하고 지역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경제를 돕는다"라는 주장도 했다.
 
그녀는 프랑스인들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고 프랑스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수단'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내년 1월18~19일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제품 전시회를 열어 프랑스인들이 이 길을 가도록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익살스런 방법으로 프랑스 제품을 구입해 입고, 프랑스 자동차 등 공산품을 사도록 프랑스 본국과 해외 프랑스령 각 주에서 제품 하나씩을 출시해 총 101개의 제품을 이번 주 내내 엘리제궁에 전시하고 누구나 방문해 볼 수 있도록 한다며 프랑스 기업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한국도 언젠가부터 백화점 등 각종 상점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를 열어 파격세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를 여는데 앞장섰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그리고 중국의 광군제와 경쟁을 벌여 승리하겠다는 야심이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는 전국의 유통, 제조, 서비스 기업 모두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 쇼핑행사로 11월1일부터 22일까지 장장 3주 간 계속됐다. 이는 2018년보다 12일이나 더 길었다. 11월 중 국내·외 대규모 쇼핑행사가 집중되고 연말 소비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기라는 업계 의견에 따라 행사기간이 정해졌고 산업통산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 후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접하는 프랑스와 한국의 모습은 이처럼 천양지차다. 한쪽은 소비가 악덕이 되고 있는 사회에서 바람직한 프랑스식 구매행동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계몽하고, 한쪽은 여전히 "경제활성화에는 소비가 제일"이라며 소비자 심리를 노리는 행사를 적극 추진했다. 여기서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경제성장을 부르짖으며 악마와의 계약을 유지할 것인가. 끝없는 경쟁은 언젠가 추락하기 마련이다. 더 늦기 전에 경쟁을 멈추고 우리도 한국식 소비패턴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모델을 개발하도록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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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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