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서울시, 특정 건축 사업자들 '특혜' 의혹
(뉴스분석)조례개정 추진으로 일부 건축업자 환경영향평가 면제 의혹
입력 : 2019-11-27 17:23:11 수정 : 2019-11-27 21:52:5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앵커]
 
서울시가 일부 건축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도입 조례 개정을 추진한 정황이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포착됐습니다. 특히 특정 건축 사업자들을 환경영향평가에서 면제시켜 주기 위해 서울시의회 의원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예상됩니다.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 특혜 의혹을 취재 중인 최병호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서울시가 일부 건축 사업자들에게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주는 시도를 했다', 이 의혹의 자세한 내막이 뭔가요? 
 
[기자]
 
서울시가 일부 건축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도입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일부 사업자들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돼 난처하다'는 내용의 민원을 듣고 조례에도 없는 '초법적 공문'을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자료/서울시
 
화면에 보시는 건 지난 1월8일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가 작성해 배포한 '서울특별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사항 안내 및 이행 철저 요청' 공문입니다. 문서의 주요 내용은 '7월3일부터 연면적 합계가 10만m² 이상이며 인·허가 전의 모든 건축물 사업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다'는 내용입니다. 앞서 1월3일에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개정·시행했기 때문에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이런 공문을 만들었습니다. 
 
이전까지 서울시는 도시개발 사업 중 연면적 합계가 10만m² 이상인 건축물 중 단독·공동주택은 평가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국토정책 기조가 개발중심에서 환경중심으로 변하면서 조례도 강화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저 공문만 보면 문제가 없는 건 아닌가요?
 
[기자]
 
여기까지만 본다면 1월8일 서울시가 발송한 공문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서 중간에 저희가 형광펜으로 표시한 '단, 7월2일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승인 등)를 신청한 사업은 제외'라는 점이 의혹의 발단이 되고 있습니다. 즉, 새로운 조례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7월2일까지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면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이 문구가 1월3일 개정된 조례의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인데, 기후환경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공고했다는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법 42조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분야 및 세부 항목,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시·도 조례로 정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조례를 고치지 않는 한 어떤 공문에도 '7월2일 이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수 없는 겁니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서울시가 행정실수를 한 건가요? 서울시는 뭐라고 해명했나요?
 
[기자]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새 조례가 시행되기 전 경과규정을 두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경과규정이란 법령을 제·개정할 경우 옛 법과 새 법의 이행 과정에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하는 규정입니다. 하지만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경과규정을 두는 것 자체도 조례에 명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서울시의 해명은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복수의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청이 '일부 건축조합은 원래 환경영향평가에서 면제가 돼야 하는 데 포함됐다고 민원을 하고 있으니 의회가 입법을 해결해 달라'고 전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초법적 공문 한 장으로 규제의 영향을 피하고 이익을 보는 사람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현장 평가입니다. 
 
[앵커]
 
지금 저 공문은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그런데 공문이 1월8일에 나왔단 말입니다. 지금이 11개월이니까 거의 10개월 전의 일인데요. 이게 아직도 논란이 되는 이유가 있더라구요. 서울시가 의회까지 동원하려고 했다는 거죠?
 
[기자]
 
서울시가 환경영향평가 면제 관련 공문 내용을 반영한 조례 개정안 발의를 "서울시의회에 '청부입법'으로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청부입법은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 때 의원에게 청탁해 의원 이름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저희가 “조례를 고치지 않는 한 어떤 공문에도 '7월2일 이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아예 조례를 고치려는 겁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7일에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는데요. 여기엔 부칙에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하는 종전 규정은 7월2일 이전에 승인 등을 신청하는 사업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그래픽/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서울시가 의회를 동원했다’, ‘청부입법이다’라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복수의 서울시의회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한 관계자는 "10월17일 2차 조례는 의원발의 형태지만 청부입법 형식"이라면서 "조례는 시청과도 상의했고, 시청에서 조례 초안을 검토한 결과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의회에서 발의까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시킨대로 했을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월3일 1차 조례가 개정된 후 시청으로부터 유예기간 동안 건축허가를 신청한 사업에 대해선 경과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면서 "'의회에서 의원발의로 해결해주면 될 것 같다'고 해서 10월17일 2차 조례를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청에서 '3개 건축조합은 원래 환경영향평가에서 면제가 돼야 하는데 1차 조례에 포함됐다'고 말했다"면서 "3개 건축조합이 서울시청과 의회에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해 난처하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부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의회에 입법을 이야기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금 서울시와 이회가 하는 것처럼 환경영향평가가 축소되면 공익적으로는 무엇이 문제인가요?  
 
[기자]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개발사업을 할 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사업계획에 반영토록 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청과 의회가 환경영향평가 축소 취지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최근 암 발생이 문제가 된 '제2의 장점마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환경영향평가는 매우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며 사업자에 강제성이 있는 제도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사업자에게 평가를 받게 하고, 평가 수위를 낮추려고 하는 게 문제였다"라며 "지자체가 아예 평가를 면제하는 내용으로 일을 진행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의 저작권은 뉴스토마토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