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특정 건축사업자 '환경영향평가' 봐주기 의혹
개정 조례안 시행전 건축허가 신청시 평가 면제 공문 발송…"초법적 특혜 행위"
입력 : 2019-11-27 07:00:00 수정 : 2019-11-27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서울시가 일부 건축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도입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일부 사업자들의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돼 난처하다"는 내용의 민원을 듣고 조례에도 없는 '초법적 공문'을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6일 <뉴스토마토>는 지난 1월8일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가 작성해 배포한 '서울특별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사항 안내 및 이행 철저 요청' 공문을 확보했다. 문서의 주요 내용은 '7월3일부터 연면적 합계가 10만m² 이상이며 인·허가 전의 모든 건축물 사업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1월3일에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개정·시행했기 때문에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이같은 공문을 구청과 관련 업계에 발송하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서울시는 도시개발 사업 중 연면적 합계가 10만m² 이상인 건축물 중 단독·공동주택은 평가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7월3일부터는 인·허가 전 단독·공동주택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정부의 국토정책 기조가 개발중심에서 환경중심으로 변하면서 조례도 강화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환경영향평가서는 건축법 제11조(건축허가) 1항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건축허가 전' 제출케 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1월8일 서울시가 발송한 공문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서 중간에 작은 글씨로 '단, 7월2일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승인 등)를 신청한 사업은 제외'라는 점이 의혹의 발단이 되고 있다. 즉, 새로운 조례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7월2일까지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면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이 문구가 개정된 조례의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인데, 기후환경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공고했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 42조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분야 및 세부 항목, 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 및 의견수렴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및 협의 내용의 관리 등의 절차,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시·도 조례로 정한다"라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조례를 고치지 않는 한 어떤 공문에도 '7월2일 이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수 없다. 
 
 
환경부는 "경과규정에 관한 내용으로 공문을 만들 땐 원칙적으로 조례의 부칙 등에 경과규정에 관한 근거를 담고, 그에 근거해 공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법제처도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새 법령 시행에 관해 사실관계나 법률관계가 발생하다면 원칙적으로 새 법령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에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새 조례가 시행되기 전 경과규정(법령을 제·개정할 경우 옛 법과 새 법의 이행 과정에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하는 규정)을 두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오히려 기후환경본부 관계자의 해명은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청이 '일부 건축조합은 원래 환경영향평가에서 면제가 돼야 하는 데 포함됐다고 민원을 하고 있으니 의회가 입법을 해결해 달라'고 전했다"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초법적 공문 한 장으로 규제의 영향을 피하고 이익을 보는 사람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현장 평가다. 
 
11월21일 김의승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사진 왼쪽)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즌제' 시행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는 매우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며 사업자에 강제성이 있는 제도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사업자에게 평가를 받게 하고, 평가 수위를 낮추려고 하는 게 문제였다"이라며 "지자체가 아예 평가를 면제하는 내용으로 일을 진행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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