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보스', 오지랖 넓게 수험생 걱정하는 K-느와르(종합)
송창용 감독 "조폭 미화는 없지만 따뜻한 영화 만들고 싶었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결국 망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입력 : 2019-11-14 17:49:49 수정 : 2019-11-14 17:49:49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조폭에 대한 미화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화 내내 캐릭터들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 조직 폭력배의 보스는 판사 아내와 결혼을 하고, "동생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10년간 감옥 살이를 하며 없는 신파, 있는 신파는 다 짜낸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조폭을 보고 환상을 갖지 말길 바란다"는 의도를 밝혔다. 이렇게 친절하고도 주제의식이 뻔한 이 영화는 놀랍게도 2019년, 올해 가을 개봉한다. 
 
14일 오후 서울시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송창용 감독을 포함해 배우 천정명, 이시아, 이하율, 김도훈이 참석했다.
 
영화 '얼굴없는 보스'는 리얼 감성 느와르 작품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끝없는 복수와 배신으로 위기에 처한 보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얼굴없는 보스' 기자간담회. 사진/뉴시스
 
'얼굴없는 보스'의 기획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송 감독은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한 어르신이 시나리오를 개발했다"며 "한국 영화에서 조폭을 우아하고 우상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는 아니다. 조직 폭력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결국 망한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영화 제작 기간만 무려 8년 10개월 27일. 젊은 시절 자신이 겪거나 주변에 일어났던 사건을 최대한 스크린에 사실적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관람한 취재진도, 심지어 감독 본인도 의심스러워했다.
 
송 감독은 "영화에 대해 미비한 점도, 아쉬운 점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최대한 나름대로 교훈을 주려고 노력했다"며 "알다시피 느와르로 잘 나가는 상업영화들이 많다. 주인공이 멋지게 나오고 비현실적으로 나오는 게 청소년들에게 어필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독을 떠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에 대해 가족, 드라마로 표혆고 싶었다"며 "부족한 부분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최대한 그런 부분을 자제시키고 드라마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얼굴없는 보스' 기자간담회. 사진/뉴시스
 
실제로 송창용 감독은 연출부터 음악, 미술 등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에 기획자의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기획자는 마지막까지 영화의 결과물에 손을 댔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감독은 기자간담회 내내 질문을 받으면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 취재진이 "조폭의 아내가 법조인 아내라는 것이 조금 언발란스하다"라는 지적에 대해서 "이시아 씨는 평범하면서 애정어린 스타일이다. 또 캐스팅 단계서부터 판사 역의 시나리오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편집을 하면서 많이 녹여냈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차라리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면 한 번 더 물어보거나, 관계자나 MC가 한 번 더 멘트를 정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이미 이 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없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얼굴없는 보스'는 언뜻 보면 평범한 액션 느와르 영화로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때문에 가볍게 영화관을 찾았다가 액션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송 감독은 "액션을 보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적으로 조직에 대한 의리, 가족에 대한 교훈을 통해 청소년들이 SNS로 서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정말 청소년들의 사이버 불링,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고 싶었다면, 장르 선택에서부터 잘못됐다는 걸 모르는 걸까?
 
천정명은 이런 말을 했다. "영화가 현실적이라 그런지, 실제로 친구들끼리 다투는 부분과 조폭들이 싸우는 부분이 한끗 차이다"라며 "영화를 촬영하며 느낀 건 '착하게 살자'였다. 교도소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고 애써 웃음지었다. 영화를 촬영하고 느낀 교훈이 '착하게 살자'라니. 차라리 공익광고를 한 편 찍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라는 씁쓸한 의문점이 들었다.
 
한편 '얼굴없는 보스'는 오는 21일 개봉된다. 원래 14일 개봉으로 예정됐으나, "수능 본 수험생들이 영화를 봐주길 원한다"는 이유로 일주일 미뤄졌다는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인다. 

'얼굴없는 보스' 기자간담회. 사진/뉴시스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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