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초점)’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목표 잃은 분노
드러나기 시작하는 대국민 사기극의 전말
입력 : 2019-11-14 06:30:00 수정 : 2019-11-14 06:30:00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국민 프로듀서 여러분, 국가대표 걸그룹을 만들 준비 되셨나요? It's show time!”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꾸몄던 장근석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국민 프로듀서들도 몰랐다. 사람들의 투표는 조작되어 제작진의 손을 통해 잘못된 데이터로 변질됐고, 그 변질된 데이터에 출연자들은 울고 웃었다. 모두를 속인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Mnet 예능프로그램프로듀스 X 101’은 지난 7월 뜨거운 화제성과 함께 종영했다. 최종 데뷔조 X1(엑스원)을 뽑는 마지막 방송에서 데뷔가 확실시 됐던 몇몇 연습생은 탈락했고, 그 빈자리에 몇몇이 이름을 올렸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반전에 희비는 엇갈렸다.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혐의받는 안준영 PD. 사진/뉴시스
 
하지만 프로그램 종영 후 시청자들은 수상한 점을 포착했다. 공개된 1위에서 20위까지의 연습생들의 투표수가 7494.442의 배수라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리꾼들은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제작진에 해명을 요청했다. Mnet투표수 전달 과정에 오류는 있었으나 순위는 동일하다고 입장을 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시청자들은 Mnet이 이번 사건을 연출을 맡은 안 PD를 비롯한 제작진만의 일탈로 프레임을 씌우고 일을 마무리 하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로 그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CJ ENM에는 tvN, XtvN, Olive, OnStyle 등 수많은 채널이 있고, 그 안에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으며, 그 프로그램마다 연출은 맡은 제작진이 따로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일탈일 가능성도 있었다. 때문에 Mnet의 공식 수사의뢰는 이번 투표 조작 사건이 내부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백처럼 비쳐졌다.
 
수사 공식화 후 MBC ‘PD수첩을 비롯해 수많은 시사 프로그램과 언론사들이 이와 관련된 취재를 시작했다. ‘PD수첩MBK, 울림,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하며 이와 관련된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그 외에 언론사들을 통해서는 안 PD가 기획사들로부터 수십 차례 술자리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으며,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같은 채널을 통해 방송된 아이돌학교의 출연자 이해인은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의 열악한 촬영실태에 대해 폭로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X1과 아이즈원. 사진/뉴시스
 
사건이 커지며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탄생된 아이돌 그룹의 활동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에 X1(엑스원)은 활동을 중단했으며, 컴백을 준비했던 아이즈원(IZ*ONE)은 일정을 무기한으로 미루게 됐다. 아이즈원 팬들은 연합을 결성해 13아이즈원 12인의 활동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성명문을 내며 출연자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그램 조작 의혹과 관련해 안 PD와 김 CP를 비롯해 지금까지 10명을 입건했으며, 그들을 경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그 입건 대상 가운데 ‘CJ ENM 고위 관계자도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는 조금씩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향해가고 있다.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충격적인 이야기, 그 이야기로부터 파생된 사람들의 분분한 의견 대립과 함께한다. 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PD의 술자리 접대 여부, 기획사와 제작진의 유착,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열악한 방송 환경, 이미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존폐여부는 분노하기 좋은 부스러기일 뿐이다. 진짜 대중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꼬리 자르기에 실패한,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에 가담한 특정인들이다.
 
CJ ENM. 사진/뉴시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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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훈

듣고, 취재하고, 기사 쓰는 밤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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