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아시아나항공 통매각 원칙 꺾은 이동걸 회장…왜?
항공업, 경쟁 심화·여행·화물 운송 수요 감소
부채비율 높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산업은행, 높은 눈높이 낮출 수밖에
입력 : 2019-10-30 09:10:00 수정 : 2019-10-30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5일 10: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통매각 원칙을 고수했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발 물러섰다. 분리매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시장에서 나오는 불만도 대부분 반영했다. 연내 매각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걸 이동걸 회장이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한 본입찰을 다음 달 7일 실시한다는 안내서를 배포했다. 적격인수후보는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KCGI 컨소시엄 등 총 4곳으로 예비 실사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지난 14일 산업은행 국정감사를 전후해 크게 변했다.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회장은 "항공업계 전체의 적자가 심해 매각 환경이 나빠진 건 사실"이라면서 "현재로서는 통매각이 시너지를 높이고 매각 가치를 높인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분리매각도) 대안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통매각을 고수하던 모습과 달라졌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은 "현재 숏리스트가 완성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 중이어서 (분리매각을 검토하기는) 늦었다"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 주체에서 검토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분리매각의 가능성을 재차 열어놨다. 본입찰 단계까지는 분리매각을 검토하긴 어려워도 본입찰 이후 인수 과정에서 협상 당사자의 계약 방식은 존중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제작/IB토마토
 
신주 발행 규모도 밝혔다. 본입찰 안내서에는 인수 후보들이 신주 인수 가격을 최소 8000억원 이상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담겼다. 즉,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서 인수후보자들은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6868만8063주)을 매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해 최소 8000억원의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또한 실사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항공기 리스 계약서도 매각 주체와 협의해 인수후보들에게 제공했다. 지난 16일 전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예비실사 때 제공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고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리스 계약서 하나를 제공해주지 않았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9종의 항공기를 갖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를 전후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대부분 해결됐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산업은행이 인수전의 형국을 짜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12월까지 매각이 안되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대신 처분할 수 있다. 지난 4월 약 50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 시 '처분대리권'에 관한 특별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비록 산업은행이 아사아나항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인수전의 키는 산업은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치열한 경쟁 속 줄어드는 항공 수요
 
아시아나 항공 매각에 유리한 환경을 산업은행이 만들고 있지만, 아시아나 항공을 둘러싼 영업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각종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항공업의 특성상 기업이 통제 가능한 부분은 제한적이다.  
 
우선, 항공업의 경쟁 강도는 세지는데 항공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고객 유치전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3월 정부는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등 3개 항공사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규 발급하기로 했다. 단 3개사는 향후 1년 내에 운항증명(AOC, 안전면허)을 신청해야 하며 2년 내에 취항(노선허가) 해야 한다. 이로써 국적 항공사는 기존 6개사에서 3개사를 더해 총 9개사가 됐다. 
 
게다가 운송 수요 역시 줄었다. 여객 부문, 화물 부문 모두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정치 갈등, 글로벌 경기 부진 등이 원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규 진입하는 3개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영업을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항공사 여행 수요는 줄어들고 있어 항공사 마진은 앞으로도 안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한일 관계 악화로 아시아나 항공, 저비용 항공사는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오사카행 한 항공사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공산업은 유가, 환율, 금리, 정치 갈등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어 변동성이 크다. 전체 매출의 40~50%가 달러, 엔 등 외화로 결제되고, 관련된 비용의 50%가량도 외화로 지급된다. 전체 비용의 25%가량인 유류비는 유가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테러, 전쟁, 지진, 외교분쟁 등 예측할 수 없는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으로 수익이 크게 변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열악하다. 연결 기준 상반기 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9.5%다. 부채비율이 600%가 넘는다는 의미는 상당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코스피 상장법인 636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108%다. 코스피 상장법인의 평균 부채비율보다 약 6배 높다. 박도휘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상일 경우 잠재적 위험 요소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부채비율이 300%일 경우 금융비용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부채비율 400% 이상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문제를 잠재적 위험요소로 지목하기도 한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환경은 이 회장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통 매각 원칙을 고수하며 연내 매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동걸 회장은 절대로 분리매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면서 "분리매각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는 실무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 회장이 분리 매각을 허용하는 것은 인수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패키지 인수는 인수 후보인 애경, 현산의 부담이 너무 크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전 초창기, 아시아나를 인수할 때 예상되는 초기 투자비용은 2조원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낡은 비행기와 색동이 시리즈 때문에 10조원 정도로 대폭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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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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