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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우리는 신뢰를 팝니다”
외환은행 입행 후 국정원 거쳐 초대 센터장 맡아…연 20억원 규모 수익 창출
"검 ·경서도 위폐 감별자료 요청…대응센터, 고객 믿음 보증하는 당행 브랜드"
2019-10-23 06:00:00 2019-10-23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작년 한국인 해외 여행객 수는 2870만명이다. 덩달아 여행에서 사용할 외국 화폐(외화)를 만지는 일도 잦아졌다. 하지만 외화는 평소 사용하는 일이 적어 모양·크기 등의 낯섦이 크다. 게다가 통용 국가가 많아 우리나라에 비해 위폐도 많은 편이다. 몇 해 전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국내서 환전한 러시아 루블화가 현지에서 위폐로 판명 나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모처럼의 휴가가 생각지도 못한 일로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이런 화폐 사용에 신뢰를 넣고 있다. 6년 전 센터 설립에 나서수십 억원 설비를 들이고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고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 경찰에 위폐 감정서까지 발급해줄 정도다. 검찰은 이를 증거자료로 구분하고 있다. 
 
은행원에서 출발해 국가정보원, 한국은행·조폐공사 상임위원 등을 거치고 다시 KEB하나은행으로 돌아와 국내 위폐 감별 수준을 올리고 있는 이 센터장을 <뉴스토마토>에서 만나봤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이호중 센터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센터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센터장님 이력이 참 독특하시다. 설명을 부탁드린다.
 
은행원이었고, 국가정보원 금융범죄담당·위폐분석 담당관이었고 다시 은행원으로 돌아온 경우다. 첫 입행을 1995년 외환은행으로 했는데 그때만 해도 계속 화폐와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될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화폐에 대한 애정은 가지고 있었다. 유로화 출범 전의 프랑스 프랑을 보면 생텍쥐페리에 관한 이야기가 잘 녹아 있다. 이런 스토리가 유통 목적인 화폐에 새겨져 있듯, 뭔가 작품처럼 꾸며진 화폐를 다루는 게 좋았다. 
 
이후 국가정보원에 이직(2001년)을 하고 화폐 위변조 관련 대응 업무에 투입됐다. 미 국토안보국 위폐전문과 과정(2003년), 홍콩경무청 위폐·자금세탁 분석과정(2004년), 미 법무부 위폐·자금세탁 분석 과정(2006년)을 거치다보니 지금에 이른 독특한 이력이 만들어졌다. 한국은행 위조방지실실무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조폐공사 위조방지기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었고 또 지금은 없어진 서별관 전략회의에서도 참석했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미 국토안보국 위폐전문과 과정(2003년), 홍콩경무청 위폐·자금세탁 분석과정(2004년), 미 법무부 위폐·자금세탁 분석 과정(2006년)을 거쳐 지금의 독특한 이력을 만들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센터의 규모와 주 업무를 여쭤보고 싶다.
 
현재 17명이 전문역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약 70여명이 센터를 거쳤다. 6개월짜리 ‘위조지폐 감정 고급과정’에서 시험을 통과한 소수 직원은 센터에서 위폐감정 전문역으로 근무한다. 해당 과정 내부 경쟁률이 5:1정도고 한 해 10명 정도 뽑고 있다. 우수자는 홍콩 연수도 보내준다. 
 
센터의 주 업무는 국내 화폐는 물론 외화에 이르기까지 위폐의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외환시장 건전성 확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큰돈을 들여 위폐감별기를 창구에 설치하고, 허브기능을 담당하는 본점 고성능감별기 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 센터를 거친 인원들이 각 지점별로 배치되고 있어 KEB하나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신용확보에 보탬이 된다. 영업점에서 현장에서 교육하는 직원들이 위폐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750개 영업점 중 주요 지점에 위치한다. 현장에서 위폐로 의심되는 지폐가 발견되면 갤럭시S7 이상 스마트폰 모델이라면 바로 찍어 원격판별이 가능하다. 영상판독만으로 슈퍼노트(정교하게 만들어진 미국 100달러 위조 지폐)급 위폐까지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은행업이란 면허사업이기에 신뢰를 보충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희 센터 비전처럼 KEB하나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주 업무다. 
 
그래도 6년 전 센터 건립을 할 때 쉽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처음에 센터 설립을 위해 기계 설비 들이는 데만 15억~20억원이 소요됐다. 당시 은행장께서도 이 결제를 내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다. 은행원이 흰 가운을 입는다고 해서 건강검진센터라는 말도 있었다. 수익성을 따져야하는 민간은행이기에 당연한 지적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당해 연도에 바로 수익이 비용을 넘겼다. KEB하나은행이 한 해 평균 50억~60억 달러 규모의 환전거래를 취급한다. 환전이라는 것은 수수료가 발생하는 일이다. 가령 달러를 은행이 1200원에 사서 1220원에 판다. 여기엔 새 돈만 취급되는 게 아니라 헌 돈도 들어온다. 헌 돈에는 깨끗한 게 있을 수 있으니 전사실에서 분류한다. 가령 우리나라 1만원권 한 장을 만드는 데 100원이 채 들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화폐들도 이를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사용이 충분한 권을 많이 걸러낼수록 수익을 만든다. 연간 그 규모가 20억원 정도 된다.
 
또 국내 금융권에서 적발된 전체 외국통화 위폐(2356매)의 69%를 저희가 걸러내고 있다. 이런 신뢰 보증이 KEB하나은행이 환전거래에 타 은행들의 우위를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다. 센터가 곧 브랜드가 되기에 정량화 할 수 없는 부분도 수익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경찰과 검찰에서도 자료요청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중앙은행은 그 특성상 경찰이 위폐를 찾아서 감정요청을 확인받는 데 3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저희는 일선 창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별도 앱을 통해 위폐 감정을 요청을 하면 2~3일내에 감정서를 보내준다. 저희가 40년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을 하니 고등법원에도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센터의 자신감이 되는 일이다.
 
최근 5만원권 화폐가 위폐로 발견되기도 했다.     
 
단순히 위폐를 발견했다고 저희가 이를 언론에 알리지는 않는다. 1장뿐이었지만 제작방식이 위험하니 보도자료를 내야겠다고 결정했다. 8년 전 5000원권, 2억3000만원 규모의 위폐가 풀린 적이 있다. 그때처럼 별도 겉면과 속지 제작해서 붙인 합지 형태로 위폐가 나왔다. 더군다나 이번엔 진폐의 회색 은분을 잘라 붙이는 변용도 시도했다. 위폐범이 날 잡으라고 일정하게 파본을 만들지 않았을 터니 의심이 늦어졌다고 본다.
 
그간 위폐들은 사실 조약했다는 표현이 맞다. 그러나 이번엔 진짜를 가져다 붙여버리니 가짜라 의심하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유통이 됐겠다고 판단이 들었다. 지난 77246번호를 가졌던 5000원권 위폐 사범이 2013년 6월에 검거됐다. 지금 6년이 지났는데도 해당 위폐가 가끔씩 나온다. 위폐는 디자인이 완전 바뀌는 게 아니면 언제고 유통될 지는 누구도 모른다. 
 
끝으로 일반인도 위폐를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라
 
원화를 슈퍼노트급으로 찍어내지 않기에 일반인들도 몇 개 눈에 띄는 점만 찾아내면 구분이 충분히 가능하다.
 
19개 구분점 있는데 가장 3가지 기준으로 위폐임을 알 수 있는 기준이 있다. 빛에 비춰보기(합지 속 이미지), 비스듬히 보기(보라색 특수잉크), 만져보기(요판인쇄) 등이다. 지폐는 목판의 고무판화처럼 잉크를 요철감이 있게 특수하게 찍어낸다. 더 세세하게 들어가면 홀로그래밍 등 위폐들이 흉내내기 힘든 정교함이 현저히 드러난다. 돈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어색함을 찾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들이 고성능감별기를 통해 전날 들어온 화폐들을 살피며 감별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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