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최준영 "일관성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교류 이어가야"
"중국-아프리카 교류, 1950년대부터 이어져…지난해 교역액 2400억달러"
"외교부와 관련 연구기관들 나서서 자료와 기초데이터 꾸준히 쌓아야"
입력 : 2019-09-18 06:00:00 수정 : 2019-09-18 0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아프리카 외교가 점차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2018년 5월 부산 아프리카개발은행 연차총회 개최를 시작으로 6월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재단 개소, 12월 이낙연 국무총리 아프리카 3개국(알제리·튀니지·모로코) 순방 등이 연이어 실시됐다. 지난달 25~27일에는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무역·투자, 개발협력 등의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갈길은 멀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아프리카는 지중해 인근과 사하라사막 남쪽, 동서 간 구별이 뚜렷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대륙으로 생각하다 보니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외교부나 관련 연구기관들이 꾸준하게 자료와 데이터를 축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 6월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국민외교센터에서 열린 ‘아프리카 편견깨기 - 왜 중국은 아프리카를 중시하는가’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4강외교 중시 속 아프리카 놓치는 측면 있어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과 아프리카 외교는 활발했다. 아프리카 몇몇 국가 정상이 방한했을 때 기념우표가 발매되기도 했다. 다만 냉전시기 아프리카 외교는 북한과의 체제경쟁 성격이 짙었다. 북한에 비해 얼마나 많은 현지 공관을 개설했는지가 성과의 척도였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수단에 타이어 공장을 세우고 건설·화학분야에 투자하는 등 기업가들의 개별 노력이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1990년대 들어 냉전이 끝나자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적어졌다. 세계화 물결이 아프리카에도 불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대한민국이 이른바 '4강외교'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 틀을 넘어가는 것, 국가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약하다"며 "덩치(국력)에 비해 기회를 놓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다양한 광물자원이 묻혀있고, 지난해 기준 가나와 에티오피아 등의 경제성장률이 연 8%, 코트디부아르·지부티 등이 7%를 기록한 것을 봤을 때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중국과 아프리카 오랜 결속, 호감도 상승 이어져
 
중국의 움직임은 우리와 대비된다. 최 위원에 따르면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류 역사는 멀게는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950년대 이후 더욱 강화된다. 그는 "중국 최초의 양자무역협정 대상은 알제리, 이집트, 기니 모로코 등 전부 아프리카 국가들이었으며 1970년대를 거치면서 '반제국주의 동맹' 관점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이 시작됐다"며 "중국의 국제연합(UN) 진출 과정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정치·경제적 결속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면서 아프리카 각국 국민들의 대 중국 호감도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양측의 교역규모 확대로 이어진다. 최 위원에 따르면 중국과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1980년만 해도 1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1000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401억달러로 전년 대비 19.7% 늘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아프리카 수출 총액은 63억달러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중국이 아프리카 각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린 다음 자기들 뜻대로 조종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하지만 최 위원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중국의 대 아프리카 투자액 중 광업분야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로 서방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대신 사회간접자본(SOC)과 전력,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각국의 지도자들이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는 중국의 지원·투자 문제제기를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감수할만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중국과 아프리카 교류 역사를 설명하며 "한국도 일관성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웃나라 일본의 움직임도 눈여겨볼만 하다. 최 위원은 "지난해부터 일본 내에서 '기존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내부 논의가 있는 듯하다"며 "아프리카가 특정 도시들 위주로 발전하는 점을 감안해 이에 필요한 SOC나 정보기술(IT), 통신 등을 중심으로 접촉범위를 넓혀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의 아프리카 진출 과정에서 특이할만한 것은 인도와의 합작 형식을 띈다는 점이다. 최 위원은 "사실 아프리카 동쪽은 인도 문화권"이라며 "2000년대 초반 한국이 인도에 급속도로 진출하자 일본이 겁을 많이 냈고, 특히 포스코 일관제철소 등의 이야기가 나오자 인도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인도 내 중산층에 일본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인도 자동차의 70%를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인도의 공동 아프리카 진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부도 아프리카와 교류 중요성 인식 중
 
이에 비해 우리의 아프리카 교류는 미약한 수준이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 위원은 "과거 유가 호황기 시절 우리 기업들이 조선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을 했었다. 자기들에게 배를 팔려면 일부 기자재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진출해서 합작도 했다가 망한 기억들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에게 아프리카가 아픈 존재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자원외교' 명목으로 아프리카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공관 수가 늘었지만 당시 구축한 자료나 네트워크는 상당수가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26일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적 발전수준을 고려했을 때 우리도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홍진욱 외교부 중동아프리카국장은 지난 6월 한 세미나에서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움직이는데 우리는 무엇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아프리카재단 설립과 부산 아프리카개발은행 연차총회, 이낙연 총리 아프리카 방문 등이 그 예"라며 "한국이 갖고 있는 외교환경과 인프라를 고려하면 작년부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위원은 "과거 아프리카에 진출했다가 돌아온,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교부나 외교 관련 정부쪽 연구기관들이 꾸준하게 자료와 기초적인 데이터를 쌓아주면 당장 무슨 일을 하고 싶을 때 시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최 위원은 중국이 지난 60여년간 보여온 일관성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측 담당자의 아버지, 나아가 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교류가 이뤄지다 보니 사람을 사귀는 과정에서도 할 말이 있는 것"이라며 "모든 일을 처음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하려고 하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거듭 피력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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