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서거 10주기)'4대국 평화보장론·용미론'…시대 꿰뚫어본 김대중의 시각
색깔론 공격에도 신념 지켜…김대중-오부치 선언, 한일관계 새지평
입력 : 2019-08-16 06:00:00 수정 : 2019-08-16 08:46:28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오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김대중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들이 재평가 되고 있다. 세계 변화를 꿰뚫어본 김 전 대통령의 시각은 남북·한일관계 개선과 한미관계 공고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주변국 설득은 필수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냉전논리가 지배하던 지난 1971년 대선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 소련, 중국을 통한 '4대국 평화보장론'을 주장했다. 김대중정부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적대국가인 소련·중국에 우리의 안보를 의존하자는 것이냐'는 공격을 받았지만 탈냉전과 지정학에 기초한 안보전략을 놓고 당시 공화당 내에서도 '맞는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듬해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 회담을 하면서 미중 데탕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의 '통일 3원칙' 주장도 당시 "용공적인 사고"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정책에 흡수됐다. 김 의원은 "노태우정부 당시 이홍구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김대중의 한반도 평화보장론·남북연합체론은 현 정부 정책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실용적인 외교 접근법은 한미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급격히 반미감정이 확산됐다. 전두환정부를 미국이 비호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은 해외언론 인터뷰를 통해 "학생운동의 주장은 내용 상으로 반미가 아니다. 단지 미국이 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과격한 반미 선동구호에 휘둘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민들에게는 친미나 반미가 아닌 용미(미국을 이용)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미국 주류사회는 평화·인권을 중시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하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나 인권문제, 양국간 경제협력 문제 등에서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는 정책을 펴거나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김 전 대통령은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같은 생각은 이어졌고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그와 함께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찬사도 보냈다.
 
김 전 대통령 특유의 인내와 설득의 리더십은 한일관계 개선과정에서도 주효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상호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98년 10월 김 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당시 오부치 총리는 한국전쟁 후 한국이 산업화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을 높이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도 일본이 평화헌법 하에 '비핵 3원칙'을 지키고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헌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같은 양국 정상간 신뢰에 힘입어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체결됐으며 김대중정부 5년은 한일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로 꼽힌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우리 측 신문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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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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